[편지-깊은슬픔] 멜로물 봄바람 탄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19일 15시 26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힌 사랑의 인연'.
액션과 코믹 장르 중심의 우리 영화계에 멜로영화 바람이 일고 있다.
`편지'와 `깊은 슬픔'은 스크린 스타 최진실 강수연이 김승우 박신양을 각각 상대역으로 맞아 펼치는 눈물의 사랑이야기다.
`편지'는 서울에서만 80만 관객을 울린 애정영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간 한 사람과 그를 잊지 못하는 남겨진 사람의 짧고도 여운깊은 사랑이 찡한 감동으로 와닿는다.
멜로영화의 흔한 소재를 택하고 있으면서도 주인공들의 얘기를 통해 관객들이 감동의 공감대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최진실은 이 영화에서 `고스트 맘마'의 김승우 대신 박신양을 남편으로 삼았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걱정돼 구천을 헤매는 유령을 연기한 그녀는 이번엔 거꾸로 남편을 떠나보낸다.
TV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박신양의 부드럽고 따스한 이미지가 깜찍한 최진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환상적인 부부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특히 마지막 신에선 두 사람 모두 감정이 격앙돼 대성통곡에 가까운 눈물을 쏟아냈다는 후문인데, 첫 눈에 반하는 장면부터 죽음의 순간을 건너 편지를 통한 재회에 이르는 멋진 사랑의 순간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나도 한번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부러움을 갖게 한다.
감독은 `두 여자이야기' `채널69'의 이정국.
곽지균 감독의 `깊은 슬픔'은 신경숙 원작소설을 감독 특유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상에 담은 작품.
강수연이 김승우, 황인성과 함께 2대에 걸친 사랑속에서 방황하는 인물 `은서' `완' `현세'를 각각 연기한다. 세 사람 모두 1인2역으로 흥미로운 것은 각자가 연기한 부모, 자식이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
강수연이 연기한 은서는 목련꽃처럼 가련하고 순수한 여자인 반면, 그 어머니는 요부처럼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또 김승우가 연기한 완은 정열과 상처를 소유한 쓸쓸한 남자이면서 폭력으로 아들을 다스리는 아버지다.
한편 이들과 함께 `젊은 날의 초상'에서 작부역을 맡아 곽지균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종옥이 의외의 인물 효선을 연기한다.
[강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