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전문점] 월매출 200만원 '가계주름살 확 폈어요'
기사입력 1998년 03월 18일 15시 17분
주부 변수진씨（43）는 지난달 초 난생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봐 넘겼던 김밥 전문점이다.
IMF 한파로 인해 중소기업체 부장으로 재직 중인 남편의 자리 보전이 위태로운 데다 보너스가 사라져 허약해진 월급으로는 두 아이의 학원비 대기도 빠듯해 `가정 경제의 도우미'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가능한 일이라는 특성이 변씨로 하여금 김밥집을 선택하게 했다.
우선 목돈 마련이 문제였다.
고민끝에 변씨는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목동의 30평짜리 아파트를 팔고 경기도 분당에다 전세집을 마련했다.
1억원이 넘는 차액이 바로 장사 밑천이었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홈그라운드 분당을 공격 목표로 설정하고 집 근처 상가의 예닐곱평 정도의 가게를 전세로 얻고 나니 뜻밖에도 뭉칫돈이 남아 단기 고금리신탁에 투자까지 했다.
준비는 비교적 간단했다.
주방은 김밥을 말 수 있는 테이블이 전부였고, 나머지 공간에다 식탁과 의자들을 배치하는 것으로 영업 준비 끝.
"맛이라면 자신있었어요. 새색시 때부터 음식 솜씨 좋다고 시어머니에게 칭찬을 들었을 정도죠. 하지만 요즘은 김밥들이 하도 다양하게 나오니까 연구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요."
변씨는 틈만 나면 다른 김밥 전문점들을 찾아다닌다.
맛이나 내용물, 그리고 김밥의 굵기를 살피는 것은 물론, 밑반찬으로 어떤 것들이 나오는 지도 꼼꼼히 체크한다.
이래저래 노력과 연구를 거듭하며 다진 기량을 발휘해 변씨가 올리는 한달 매출은 200만∼250만원.
뗄 것 다 떼어도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는 충분하다.
얼마전부터 일하는 아주머니를 한명 두고 떡볶이와 어묵도 시작했다.
나이 40줄에 `내집'이 없어진 아픔을 감수해야 했던 변씨.
하지만 쪼들리던 가계가 확 피고나니 세상 살 맛이 난단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