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시대] '엉뚱한 메시지' 피해 많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18일 15시 17분
"자기, 나 사랑해?"
때아닌 전화 메시지 하나로 곤경에 처한다는 내용의 한 이동통신 업체의 TV광고 문구가 실제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S통상 연구소의 김모과장(35)은 지난 16일 새벽 2시쯤 핸드폰 문자판에 '자기, 사랑해'란 메시지가 뜨는 바람에 밤새 부부싸움을 했다.
발신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혼이 났던 김과장은 억울한 생각에 핸드폰에 남겨져 있던 연락처를 살펴보았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전화번호.
핸드폰 사용자가 760만명에 이르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엉뚱한 메시지로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동통신 가입자가 늘면서 잘못된 번호로 전화를 거는 경우도 그만큼 많아지게 된데 있다.
특히 최근에는 PCS업체들 간에 부가서비스 경쟁이 가열되면서 대다수의 단말기들이 수신되지 않은 전화 내용을 문자나 음성으로 보존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어 잘못 녹음된 메시지가 엉뚱한 오해를 사는 일이 많아졌다.
또 자신의 은밀한 내용과 연락처가 잘못건 전화로 인해 노출되어 개인프라이버시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것.
서울 길동에서 무역업을 하는 최모씨(33)의 경우는 더 황당하다.
집에 돌아와 아내 앞에서 핸드폰 음성사서함을 들어보니 웬 여성으로부터 유혹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던 것.
김씨는 "그전부터 나를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주말에 만나자고 하는 바람에 함께들은 아내도 깜짝 놀랐다" 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또 음성사서함에 욕설과 음탕한 신음소리까지 녹음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래서 최씨는 음성, 문자사서함 등 부가서비스를 모두 해지해 버렸다.
최씨는 "잘못 걸려온 전화때문에 피해를 본 친구들도 많다"며 "가입자수 늘리기 경쟁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이동통신업자들이 이제는 '핸드폰문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