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용병 콧대 꺽자' 의기투합
기사입력 1998년 03월 17일 14시 42분
@…"장훈형, 예상은 했지만 같은 팀에서 뛰게 된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주엽아, 드래프트 때문에 아직도 마음 고생이 많지."
2m7의 `골리앗 센터' 서장훈과 `0.1t 매직 히포' 현주엽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채 `앙숙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마디로 `물과 기름'같은 사이.
하지만 코트를 떠나선 더없이 다정한 선후배 사이로 바뀐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휘문중, 고의 1년 선후배로 5년여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은 대학 4년간 `대립의 세월'동안에도 틈만 나면 술 한잔 나누며 돈독한 정을 쌓아왔다.
지난 9일 대졸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주엽의 SK행이 결정돼 같은 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할 운명이 된 지 닷새만인 지난 14일 저녁 서울 강남의 모 음식점에서 있은 둘의 만남.
팬들에게는 다소 의아하게 여길 특별한 `사건'이었지만 이들에게는 극히 자연스런 일상사일 따름이었다.
"형, 얼굴 한번 보자."
"그래, 내일 당장 만나지."
전화 통화를 하다 서로 의기가 투합, 드래프트 이후 첫 대면을 하게 된 서장훈과 현주엽은 처음엔 SK에서 함께 뛰게 됐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은 듯 서먹서먹한 모습을 보였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내 허물없는 선후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2시간동안 둘 사이에 오간 얘기는 주로 개인 연습, 드래프트 등에 관련된 일들이었다.
현주엽의 SK 입단과 입단 계약금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은 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주엽아, 프로에서 한번 신바람나게 뛰어 보자."
"형, 용병들의 콧대를 멋지게 꺾어 놓는 거야."
고개를 숙이며 낮은（?） 음식점 문을 나서는 두 `거인'의 얼굴에선 라이벌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다정한 선후배간의 흐뭇한 미소만 흘렀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