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터질듯…터질듯 드디어 '폭발'
기사입력 1998년 03월 17일 14시 42분
김기태는 16일 해태와의 연습경기서 130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려내며 장거리포에 힘찬 시동을 걸었다.
OB 롯데와의 지난 3차례 연습경기서 12타수 7안타를 기록하며 절정의 감각을 뽐냈으면서도 늘 가슴 한켠에 덜 찬 느낌을 갖고 있던 터라 첫 홈런의 의미는 클 수밖에.
올해 목표로 정한 홈런왕에 성큼 다가선 기분이 들었을 정도란다.
지난해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3관왕에 올랐던 김기태가 올들어 유난히 홈런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난 시즌의 아쉬움 때문.
물이 잔뜩 올랐던 시즌 막판, 부상으로 9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바람에 1위 이승엽（삼성）에게 6개 뒤지는 26개로 5위에 머물렀던 것.
팀 사정도 `장타 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한대화 박노준 이종두가 은퇴했고 거포 박경완마저 현대로 이적, 장타 라인에 구멍이 생겨 최고 해결사인 김기태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허리를 잔뜩 틀어 `노려치는' 타법으로 폼을 바꾼 뒤 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평가.
한국 최고의 `기교파'로 꼽힐 정도의 기술을 갖고 있기에 올시즌 장타 폭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훈련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침묵형'에서 탈피, 후배들을 채근하며 분위기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
구단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후배들을 다독거려야 하는 주장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올해가 야구 인생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 때문이다.
올시즌 성적이 스스로 목표하고 있는 일본 진출의 열쇠가 될 것이란 생각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
"팀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뛰겠다"는 김기태는 "94년 홈런 왕의 영광을 반드시 재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양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