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IMF때문에 '장기밀매 성행'
기사입력 1998년 03월 17일 14시 42분
한동안 잠잠했던 장기밀매가 IMF시대를 맞아 `호황'을 누리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실직자들이 자신의 몸을 내다파는 극단적인 방법을 서슴지 않는 것.
장기밀매업자인 이모씨（41）는 "일주일에 1∼2통에 불과했던 문의전화가 지난해 연말부터는 10여통 이상으로 늘어났다"면서 "대부분 IMF 한파에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나 부도난 자영업자"라고 밝혔다.
더욱이 최근의 장기밀매는 콩팥 뿐만 아니라 부분 이식이 가능한 간이나 각막도 심심치 않게 거래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람의 콩팥은 2개로 이중 1개를 떼어내도 겉으로는 정상인과 다름없지만 각막은 당장 생활에 큰 불편을 주기 때문에 거래횟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대 건강한 남자의 콩팥이 3천만원에 밀거래되는데 반해 각막의 `시장가'는 1억원을 넘어 부도난 자영업자 출신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다.
장기밀매가 성행하면서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본부'에도 매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월평균 10여통에서 50통 이상으로 늘었다.
대전－충남지역본부의 백영기 간사는 "장기기증 운동을 장기매매로 착각한 사람들이 IMF가 시작된 이후 하루에 2∼3통의 문의전화를 걸어온다"면서 "알아듣도록 상담을 하면 `죽느니 차라리 몸을 팔아 사는게 낫지 않느냐'고 도리어 역정을 낸다"고 말했다.
백간사는 또 "밀거래 금액의 10％정도인 소개비를 챙기기에 급급해 일부 업자들은 조직검사 서류를 조작, 수혜자와 맞지 않는 장기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강북 삼성병원 외과 김용신교수는 "장기매매는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허용할수 없는 죄악"이라면서 "더욱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