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세계무대 데뷔작 고국서 다시 연주
기사입력 1998년 03월 17일 14시 42분
`건반 위의 순례자' 백건우씨(52)가 4개월만에 다시 고국무대에 선다.
백씨는 20일 대전 우송문화예술회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벨의 피아노독주곡 전곡연주회를 갖는다.(매공연 오후 7시 30분)
한 작곡가를 치열하게 탐구, 집중 연주하는 백씨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무대다.
라벨의 피아노 작품은 모두 13곡. `고풍의 미뉴에트', `쿠프랭의 무덤', `밤의 가스파르', `죽은 왕비를 위한 파반느', `소나티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주시간만 2시간이 넘는다. 마라톤 연주회다. 중간휴식이 두 차례나 된다.
한 연주자가 라벨의 피아노곡 전곡을 한 무대서 연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라벨의 고국인 프랑스에서도 전례가 없다. 지난 14일 파리에서도 연주회를 가져 현지 음악방송이 생중계하는 등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백씨는 라벨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세계 무대 데뷔작이다. 그는 지난 72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라벨의 피아노 전곡을 연주했고 이어 베를린, 런던에서도 공연을 가졌다.
75년 독일 공연에서는 `앞으로 이보다 뛰어난 라벨 연주를 듣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최상의 평가를 받았다. 라벨의 피아노 전곡을 녹음한 동양인 최초의 연주자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세계무대 데뷔작을 그가 거주하는 파리와 고국에서 25년만에 다시 펼쳐보인다는 점에서 뜻깊다.
라벨(1875∼1937)은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개성파 작곡가. 품위 있고 우아하며 도회적인, 그러면서도 우수에 차 있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 중 피아노곡이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씨의 음악작업은 한 작곡가를 집중 탐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스트에서 시작, 프로코피예프협주곡 전곡(5곡),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5곡), 바르토크 협주곡 전곡(3곡)을 한 무대서 연주한 것이 그렇다. 이번 공연도 그런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96년 명동성당에서 메시앙의 `아기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국내 초연했고, 지난해 11월엔 리스트가 편곡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 호평을 얻었다.(02)598-8277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