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실종(13)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15시 00분


BMW는 도로를 향해 세워져 있었는데 그가 다가가자 안에서 문이 열렸다.

"대위, 서둘러！"

버트였다. 운전석에 앉은 그는 이준석이 차에 오르자마자 발진 시켰다.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 있어서 그는 라이트를 켰다.

"우린 포트 사파가로 가는거요."

차가 속력을 내면서 버트가 말했다.

"놈들은 우리가 나일강을 따라 카이로로 올라 가리라고 믿겠지. 하지만 우리는 이집트를 동서로 횡단했다가 홍해를 따라 올라 갈거요."

버트가 의자 옆에 꽂힌 지도를 그에게로 건넸다. 지도를 펼친 이준석은 포트 사파가가 홍해쪽에 위치한 항구인 것을 보았다.

그렇다면 룩소르 위쪽 케나에서 동쪽으로 100여㎞의 사막을 횡단해야 된다.

그리고는 홍해를 따라 수에즈까지 올라간 다음 수에즈에서 서쪽으로 틀어야 카이로가 나온다.

버트가 앞쪽을 보며 말했다.

"머, 상관없어. 200㎞쯤 돌면 되니까."

"버트, 날 도와주는 이유가 뭐요?"

불쑥 그가 묻자 버트가 빙긋 웃었다.

"대위, 당신이 몇시간 만에 그 놈들한테서 풀려나온 이유를 아시오?"

오히려 되물은 그가 말을 이었다.

"내가 재빠르게 손을 썼기 때문이지. 미국대사관을 통해 당신이 미국 국방부와 관계가 있는 한국 군인이라고 연락을 하게 했던거요."

"당신도 날 미행한 모양이군."

"손바닥만한 룩소르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소."

"그렇다면 그 일본여자가 파이즈를 만난것도 알고 있겠군."

"한발 늦었지."

혀를 찬 버트가 차에 속력을 냈다. 차량의 통행도 거의 없었으므로 차는 어두운 밤길을 총알처럼 달려나갔다.

"뭐가 늦었다는거요.?"

"여자가 빨랐다는 말이오."

"그 여자는 누굽니까?"

"버스 폭발때 죽은 일본인 컴퓨터 과학자 소노다 박사의 딸이오."

"…."

"그 여자도 지금 이집트 정보기관에 쫓기고 있소."

버트가 힐끗 이준석을 바라보았다.

"물론 파이즈의 살해범으로 말이오."

"그럼 그 여자가 죽였소?"

"그건 신만이 아실거요."

우측으로 뻗은 길이 앞쪽에 보였다.

푯말에 포트 사파가라고 적혀 있다. 버트는 능숙하게 차를 우회전 시켰다.

"대위, 또 긴 여행이 되겠소."

어둠이 더욱 짙어져서 검은 아스팔트 도로의 앞쪽만 겨우 보였으나 차량의 통행은 거의 없었다.

이준석이 입을 열었다.

"버트, 날 도와주는 이유를 말해줘야 할 때가 되었소."

"당신이 표면에 나타나 있기 때문이야."

앞쪽을 바라본채 버트가 말했다.

"바보같이 설치는 통에 이집트 정보기관은 어쩔수 없이 당신을 쫓아야만 하지."

"…."

"당신 덕분에 나는 이집트 기관원들의 윤곽을 파악할 수가 있게 되고."

"앞으로도 내가 필요한 모양이군. 날 빼내온 걸 보면."

"물론이오."

그는 턱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내 계산이 틀리지 않는다면 일본 여자는 30분후에 꽁무니를 보일거요. 내 차가 조금 빠를테니까 말이야."

이준석이 앞쪽을 보았으나 짙은 어둠 뿐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