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영씨] 우리춤과 서양춤 테크닉 융합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15시 00분
일찌감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무용가 손인영씨(36)가 미국 유학 5년간의 결실로 최근 발표한 새로운 훈련 메소드 `서예를 하는 것과 같은 춤'이 무용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시연과 워크숍에 이어 12∼13일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손인영의 춤－해체와 창조'에서 선보인 손씨의 새 메소드는 전통춤의 호흡과 상체 테크닉에, 서양의 발레와 현대무용에서 가져온 호흡과 하체 테크닉을 융합한 것.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해부학적, 구조적으로 우리 춤을 풀어낸 데다, 동서양 춤을 직접 춰 보고 비교 연구한 후 나온 체계적인 기본 메소드라는 측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전통춤에서 한국 창작춤, 나아가 현대무용 발레 등을 두루 섭렵한 손씨는 `서예를 하는 것과 같은 춤'에 대해 "마치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만 붓끝의 흐르는 힘은 부드러워야 유연한 글씨체가 나오 듯, 무용수 역시 온몸에 에너지(氣)가 넘쳐 흐르되, 사지를 유연하게 추는 춤"이라고 설명한다. `음양이 만나면서 S자를 그리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기본은 한국 전통무용과 발레를 어느 정도 익힌 무용수를 대상으로 하는데, 무용수의 몸을 우리춤과 서양춤의 조화를 통해 `에너지의 흐름' 즉 `기(氣)흐름'의 기본인 `8자'와 같은 S자로 풀어주는 것이 요점.
우리나라 무용가들이 우리 춤의 세계화를 위해 풀어야 할 첫 과제가 `전통을 토대로한 현대성 모색'이라 한다면, 손씨는 그 `방법' 모색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우리 전통춤의 분석과 해체는 동양의 과학으로 해야한다'며 손씨의 서양식 해부학적 분석에 거부감을 갖는 측도 있긴 하다. 그러나 김진걸 최 현씨같은 원로 무용가들은 "진작 이런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 이런 노력을 토대로 한국 창작춤의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칭찬하고, 현대 무용가들도 "전통 호흡법을 이용하니까 깊은 호흡이 가능하고 긴장과 이완이 더 강화되는 듯하다"는 긍정적 반응.
그러나 아직은 손씨의 기본이 창작춤에 반영되기엔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 장르가 삼분돼 있는 현재의 무용 교육체제를 극복해야 하며, 그런 후에도 2∼3년은 흘러야 창작 공연에 제대로 적용될 듯하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