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직격인터뷰] KBO 이상일씨vs단국대 강문길씨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15시 00분
우수선수들의 잇단 해외 진출과 LA 다저스의 9명 신분조회, 시애틀 마리너스의 집중적인 스카우트 움직임 등 한국야구는 위기에 빠져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어떻게 해서든 아마 선수들의 미국행을 막겠다고 하지만 대학이나 고교측에서는 재정적인 이유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반기는 것이 한국야구의 아이로니컬한 현실이다.
KBO의 행정 실무자인 이상일 운영부장과 단국대 강문길감독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하일성위원（이하 하）:진작 이런 자리가 마련되어야 했었는데.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우선 강감독, 대학측에서 선수들의 메이저리그행을 반긴다는게 사실입니까.
강문길감독（이하 강）:저도 학교측으로부터 `우리 학교에서는 나갈 선수 없습니까'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선수가 나가면 적어도 10만달러의 지원금이 붙죠, 해외 전지훈련 공짜로 가죠. 잘되면 명예까지 안겨주는데 마다할 학교가 어디있습니까.
하:그래도 국내야구를 살리자면 한국에서 뛰는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요. 강:저희도 국내 프로야구가 잘 되어야 아마도 산다는 위기감은 느낍니다. 하지만 명분이 없어요. KBO는 아마를 부속대학이나 부속고등학교 쯤으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사실 해주는게 뭐가 있습니까. 메이저리그가 좋아서 보내주는게 아니라 국내 프로구단과는 너무 차이가 납니다. 특히 학교측에서 `농구나 배구는 지원금을 주는데, 왜 야구만 없느냐'고 물어보면 정말 곤혹스러워요.
이상일부장（이하 이）: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매년 1억원을 대한야구협회에 전달해왔고 창단팀이 생기면 지원금을 따로 전달합니다.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고지 팀들에 성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농구나 배구는 신인의 숫자가 적지만 야구는 한해에 계약하는 신인이 100명을 넘지 않습니까. 모두 지원한다는 것은 너무 큰 부담입니다. 그리고 아마의 태도도 문제가 있어요. `장학금 줘가며 프로와 스카우트 경쟁을 벌일 정도인데 굳이 지원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하:프로－아마 최대현안인 동일계약서 실시가 결렬됐는데 그 이유는 뭡니까.
이:신인 스카우트시 모교에 계약금의 10％를 지원한다는 조항 때문에 실시가 늦춰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구단들도 많이 변했어요. 프로에서도 작년부터 지원금을 주자고 했습니다. 곧 실시될 것으로 봤는데, IMF가 발목을 잡은 거죠.
강:아마도 IMF로 힘듭니다. 알루미늄 배트 등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수입 장비들이 폭등했는데 메이저리그의 지원을 마다할 학교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그렇다면 프로가 17년 동안 아마에 준 영향은 부정적인 면 밖에 없나요.
강:기술적으로는 많은 자극을 준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관중 감소나 운영면에서는 아마가 많은 피해를 봤지요. 특히 외국인 선수 수입으로 대학야구는 치명타를 받았습니다. 외국인선수 한두명 데려다 놓으면 우승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몇억원씩 계약금을 줘가며 대졸신인을 뽑으려고 하겠습니까. 실제로 작년에 프로구단이 지명해놓고 계약 안 한 신인이 좀 많습니까.
이:구단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런것이라고 이해해 주십시오. KBO도 지명해놓고 계약 안하는데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하:강감독, 대학팀들은 1년에 몇경기나 치릅니까.
강:잘 하는 팀은 30경기, 결승 토너먼트에서 번번이 탈락되는 팀은 15경기 정도입니다.
하:그게 문제예요. 한해 수천만원씩 들여 운영되는 대학팀이 15경기라니, 이래서야 프로쪽에 `우수 자원을 공급한다'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강:그것도 경제적인 이유가 큽니다. 게임을 치르려면 숙박비 등 경비가 솔솔치 않게 듭니다. 그렇다고 지방에서만 게임을 치른다면 어떤 선수가 지방팀에 가려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프로가 아마대회를 하나 창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팀들은 게임을 통해 실력이 늘고, 프로는 명분도 살리며 자연스레 스카우트의 기회를 갖게 되는거 아닙니까.
이:프로쪽도 그 방안을 이미 연구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좀….
하:어쨌거나 아마도 너무 돈이 드는 야구를 하는게 문제예요. 그건 그렇고 KBO에 적립된 야구기금도 꽤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80억원 정도 됩니다. 그렇지만 활용 방도가 확실히 정해진 것도 아니고, 한두푼씩 헐어 쓰다보면 금방 바닥날 수도 있어서 지원금을 떼는 방안은 아직 고려치 않고 있습니다.
하:이자만 해도 꽤 될텐데. 80억원이 문제가 아니라 돕겠다는 마음이 중요한거죠.
강:그리고 이제까지 프로－아마 야구발전위원회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스카우트 분쟁이나 지원 문제 등 민감한 사항에 있어서는 대학관계자들이 할 말이 많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학감독들은 변변히 제 목소리를 못 냈었습니다.
이:얼마전 대한야구협회에서도 그 문제로 연락이 왔습니다. 앞으로 발전위원회는 프로구단 실무자들과 KBO, 아마관계자, 대학감독, 고교감독 등 실무자 우선으로 구성될 겁니다.
하:노력은 하는 것 같군요. 바로 그거예요. 프로나 아마나 결국 야구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는거 아닙니까.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 차근차근 대화하다보면 해결책이 나올 겁니다.
이:아마측에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지원방법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강:아마도 마찬가지 입니다. 취직 잘 되고, 그만한 대우를 받고. 아마가 잘 되어야 프로가 사는 거 아닙니까.
하:실무자들이 만나니 세부적인 이야기가 나오네요. 수고 많았습니다.
강,이:앞으로도 자주 만나봅시다.
[정리＝전동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