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친정 파랑새 격파 '선봉'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15시 00분
원주와 대구를 오가며 펼쳐지고 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준준결승 나래_동양의 경기가 남다르게 와닿는 선수가 한명있다.
바로 동양의 식스맨 이인규（26）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그동안 입었던 나래 유니폼을 벗고 동양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던 장본인이다.
친정팀을 울리자니 찜찜하고 그렇다고 양보할 수도 없는 애매한 입장이지만 그는 굳게 마음먹었다.
그의 굳은 의지를 증명하는 것은 바로 부상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식스맨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것.
사실 그는 정규리그 막판인 지난 7일 대우전에서 데이비스에게 등뒤에서 떠밀려 목이 삐끗하는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그는 남은 정규리그경기서는 코트에 얼굴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소염진통주사를 맞았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피까지 뽑아냈다.
몸을 생각해서는 쉬어야 하지만 그는 플레이오프 출전을 고집했다.
지난 10일 원주서 열린 1차전에서 그는 갖가지 치료로 인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경기를 했었다고 실토할 정도다.
14일 홈에서 열린 3차전에서도 그는 김병철 김광운 등과 교체투입돼 나래의 주득점원인 정인교를 철저히 마크,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팀내 맏형으로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나지만 시즌 중간에 동양 유니폼을 입는 바람에 확실하게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한 이인규.
하지만 투철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그는 플레이오프 3경기서 59분을 뛰며 팀을 리드, 올시즌 식스맨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인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것이 스포츠 세계다. 나래에는 미안하지만 우리 팀이 4강에 오를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