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나도 고생끝 행복 시작이여'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15시 00분
◇…플레이오프에 접어들면서 프로농구 코트는 연일 불을 뿜고 있지만 관중석은 꽃샘추위에 얼어붙었는지 썰렁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중_고교들이 개학하는 바람에 학생팬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면서 팔짱만 끼고 있는 KBL（한국농구연맹）을 지켜볼 때면 `프로농구는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들은 연일 승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반면 탈락한 4개팀은 지난 9일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희비가 교차됐습니다.
10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대어' 현주엽은 결국 SK 품에 안겼는데 우선 드래프트 뒷얘기부터 들어보지요.
◇…현주엽의 진로가 SK로 결정되는 순간, 안준호 감독은 어쩔줄을 모르더군요.
서장훈과 함께 이날 현주엽까지 휘하에 두게된 안감독은 "이제 `안준호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면서 감격에 어리다 못해 눈물까지 글썽여 다른 구단 감독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반면 시즌 막판 `져주기 의혹'까지 무릅쓰며 현주엽에게 공을 들였던 삼성은 2순위도 SBS에 내주자 허탈한 표정이었습니다.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쏟아진 `어록（語錄）' 중 압권은 단연 기아 정재공 과장의 "구슬이 1개만 들어갔어도 현주엽은 우리 차진데…"라는 발언일겁니다.
기아는 `구슬치기'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팀으로 이미 정평이 높은데 지난 96년 외국인선수 순위추첨에서 1순위를 차지해 원년 우승의 중심축인 클리프 리드를 선발한 바 있지요.
당시 기아는 96년 성적 종합평점에서 8개구단 중 3위를 차지해 확률상으론 다섯번째였지만 당당히 1순위의 행운을 잡았던 겁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1순위가 확정된 뒤에도 기아의 구슬이 2∼3번째에도 계속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올시즌 정규리그서 3위를 차지해 추첨 참가자격이 없었던 기아 정재공 과장은 "참가만 했더라면 분명히 1순위를 잡았을 것"이라며 삼성 SBS 나산 등 현주엽을 놓친 구단 직원들을 놀리더군요.
◇…동양과 나래의 플레이오프 준준결승 3, 4차전 경기장인 대구실내체육관에는 때아닌 식초냄새가 진동해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이유인즉슨 코트 바닥을 식초로 닦았기 때문이라는군요.
지난주 태권도 승단심사를 하면서 코트가 오물로 더럽혀지는 바람에 플로어가 빙판이 됐는데 지난 14일 3차전을 앞두고 동양구단은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총동원해 걸레질을 했답니다.
하지만 별 효험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현대구단으로부터 식초와 미지근한 물을 섞은 혼합액으로 코트를 문지르면 효과가 확실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지요.
현대도 이같은 방법으로 대전 충무체육관의 얼음판 플로어를 해결했는데 코를 찌르는 식초냄새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군요.
◇…용병들의 먹성이 대단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도대체 얼마나 먹었길래 기아 피닉스가 배탈이 난겁니까.
◇…피닉스는 지난 11일 플레이오프 준준결승 기아_대우의 1차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는데 이날 저녁식사를 마친 뒤 숙소에서 몰래 간식을 즐겼다는군요.
인근 슈퍼마켓에서 복숭아통조림을 비롯한 각종 과일 통조림과 인스턴트음식들을 사들고와 다른 선수들에게 들킬세라 문까지 걸어잠근채 야식을 먹은 것이지요.
먹을 때는 몰랐는데 통조림의 유효기간이 지났는지 잠자리에 들때부터 배가 살살 아프더니 급기야는 잠시도 눈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복통이 심해지더랍니다.
한숨도 못잔 피닉스는 이튿날 훈련에 불참한채 링거주사를 맞으며 꼼짝없이 침대신세를 진 것이지요.
이날 이후 피닉스는 선수단 식사와 구단에서 주는 간식 이외에는 아무 음식에도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상민 우지원 등 `오빠부대' 스타들이 2천∼3천여명의 중_고생 관중을 몰고다니는 `전국구 스타'라면 나래의 제이슨 윌리포드는 적어도 `지역구 스타'쯤은 되는 것 같습니다.
나래구단은 지난 10일 벌어진 플레이오프 1차전서 관중이 1천200여명 밖에 들어오지 않자 바짝 긴장한 채 원인분석에 골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농생농사（籠生籠死）의 도시'라는 원주에서 이처럼 썰렁한 관중석은 좀체 보기 힘든 경우인데 구단은 홍보 부족과 최근에 퍼진 연고지 이전설 등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틀뒤 이같은 나래구단의 분석이 잘못됐음이 증명됐습니다.
2경기 출전정지로 1차전서 뛰지 못했던 윌리포드가 나선 12일 2차전엔 입석관중을 포함, 3천500여명의 팬들이 "윌리포드"를 외치며 성원을 보낸겁니다.
관중 2천명쯤은 쉽게 동원하는 윌리포드의 인기를 실감케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정리＝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