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거꾸로 뛰는 '육상행정'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15시 00분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강화위원회（위원장 이상철）가 지난 9일 상식밖의 대표선수 선발기준을 마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있다.
이날 강화위원회는 오는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마라톤선수는 `오는 22일 열리는 동아마라톤대회 우승자와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4월말까지 열리는 각종 국내외대회서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로 한다'는 규정을 마련하자 마라톤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
일선 지도자들은 우선 기록경기의 대표선수선발에 기록은 배제하고 순위만을 고려해 선수를 선발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특정대회 우승자에게 무조건 대표자격을 주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동아마라톤이 열릴 오는 22일 경주의 기온은 섭씨 0∼8도가 예상돼 지난해 10월22일 춘천서 열린 조선일보마라톤대회때의 6∼12도에 비해 최소 4도가 낮다.
따라서 12월 방콕의 기온（섭씨 24∼32도）을 고려한다면 똑같은 기록일지라도 춘천에서 수립된 기록이 더 존중되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 규정을 적용할 경우 현재 국내 랭킹 1,2위인 이봉주나 김이용이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조선일보마라톤대회서 국내선수중 1위를 한 김이용（2시간9분21초）이 동아대회서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이봉주나 김이용 가운데 한명은 아시안게임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조선일보대회서 2시간10분33초를 마크한 이봉주는 오는 4월20일 열리는 로테르담대회（네덜란드）서 김이용의 조선일보 기록보다 저조하면 아시안게임 조차 출전할 수 없게 되며 이봉주가 김이용의 기록을 앞지르면 김이용이 탈락하게 된다.
육상연맹은 오는 12월 방콕 아시안게임 마라톤에서 남녀 동반 금메달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출전 엔트리가 남녀 각 2명밖에 되지않는 점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선수선발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나 연맹 강화위원회는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임을 들어 요지부동이라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김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