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김건모 '땀흘리는 남자 좋아해'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15시 00분
문제는 분장실에서부터 발생했다. KBS 2TV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출연자인 김건모가 여유있게 콧노래를 부르며 분장실에 들어섰다.
"소라 언니 어딨어? 아니 이 아줌마가 오빠가 왔는데 맨발로 뛰어 나오지 않고 어디 있는거야?"
근데 김건모가 찾는 문제의 이소라는 바로 김건모의 코 앞에 앉아 있는게 아닌가. 메이크업을 도와 주는 분장실 언니와 함께.
"아이구, 이렇게 바탕색을 진하게 발랐으니, 알아 볼 수가 없지. 도대체 몇 겹을 바른거야? 색깔도 거의 피카소 추상화 수준이네."
장난꾸러기 김건모가 평소 보다는 훨씬 진하게 무대 분장을 하고 있는 이소라를 보면서 시비를 거는 거다.
그렇다고 이소라가 질 소냐?
"일찍 왔으면 나처럼 얌전히 앉아서 그림이나 그리고 있지, 웬 주책이유. 그쪽이나 나나 수채화로는 어림도 없는 유화파인데, 참 뻔뻔도 하네. 그 얼굴로 그냥 TV에 들락거리는 거 보면…."
거기서 시작된 김건모와 이소라의 전쟁은 결국은 의상문제로 번졌다.
오늘따라 두꺼운 차이니즈 칼라 빌로드 정장 차림의 김건모.
벌써부터 더운지 땀을 흘리고 있는데.
"아니, 목도 짧은 사람이 그렇게 두꺼운 하이 칼라 옷을 입으면 어떻게? 거기다 바지는 그렇게 질질 끌려서 넘어지지 않으려나 모르겠네…"라며 먼저 시비를 거는 이소라.
"아니, 그럼 아무리 자칭 화끈한 몸매지만 이 추운 날 그렇게 푹 파인 드레스 조각을 걸치면 자기가 뭐 진짜 슈퍼모델 이소라가 되는 줄 아나?"
"아이구 두고 봅시다. 방송 끝나면 거의 사우나 수준일 테니…."
사실, 무대에 서면 그 뜨거운 조명기구들 때문에 두꺼운 옷을 입으면 거의 익사하기 일보직전일 정도로 힘이 드는 법.
근데, 이상하게도 김건모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무조건 두꺼운 옷만을 고집하는 이상성격.
드디어 녹화가 시작됐는데 진짜로 김건모는 바지를 추켜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한참을 당해 온 이소라가 이 장면을 놓칠 소냐.
"아니, 노래 부르시는 분이 그런 옷을 입으시면 됩니까? 블편하시게요. 땀도 무지하게 흘리시는군요."
우아하게 한마디를 던진다. 그때 김건모 한 마디.
"제가 전에 읽은 책에 그런 말이있더군요. 여자들은 남자들이 땀 흘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구요. 저는 저를 바라보고 있을 반쪽 동그라미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땀을 흘리렵니다."
열화와 같은 관객들의 박수에 입이 벌어진 이소라.
`아이고, 오늘도 판정패군.'
김민성（MTM대표, 대경전문대 연영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