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PC음란물 '대청소'해드립니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16일 15시 00분
주부 박성연씨（39．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중학교에 다니는 큰아들 정호군（14）이 부모 몰래 인터넷의 음란한 사진을 조회하는 것 같아 한가지 꾀를 냈다.
가정을 방문해 컴퓨터 음란물을 지워주는 업체에 아들의 컴퓨터나 CD롬에 음란물 사진이나 동영상이 깔려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의뢰한 것.
예상대로 하드디스크에는 수백장의 음란물 사진이 깔려 있었다.
박씨는 당장 파일을 지워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자녀의 반발심만 커질 수 있다는 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라 저녁에 남편 몰래 아들을 불러 음란물을 계속 접할 경우 어떤 해악이 오는 지를 설명하면서 스스로 지우도록 했다.
컴퓨터에 담긴 각종 음란물 사진과 동영상을 지워주는 업체들이 등장,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는 이달초부터 컴퓨터음란물 가정방문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약했던 이종철씨（26）도 지난달부터 컴퓨터에 내장된 음란물을 지워주는 `포르노 버스터（porno－buster）'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의뢰인의 집을 방문, 컴퓨터에 음란한 그림이나 동영상이 깔려 있는 지, 음란한 게임 소프트웨어는 없는 지, 컴퓨터통신이나 인터넷에 접속해 음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조회한 적은 없는 지 등을 살핀 뒤 이를 삭제하고 대처방안을 일러주고 있다.
특히 이종철씨는 부모들이 수시로 자녀들의 컴퓨터를 조회할 수 있도록 자녀들이 해놓은 비밀번호 등 잠금장치를 푸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고 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33）은 "요즘 음란물은 단순히 여성의 나체수준이 아니라 변태성욕자들의 성행위를 담고 있는 것이 많다"며 부모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음란물을 접하는 청소년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당면목표라는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IMF 시대를 맞은 학부모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 서비스 요금은 교통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각 3만원씩만 받고 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