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 '4차전서 끝낸다' 화려한 부활쇼
기사입력 1998년 03월 15일 15시 45분
전희철（26）은 지난 13일 밤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팀내 연봉랭킹 1위（1억3천500만원）로 동양의 기둥인 자신이 올시즌 계속되는 부상으로 인해 정규리그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쳐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어렵게 6강에 들긴 했지만 나래와의 1차전에서는 19득점 3어시스트 4리바운드, 2차전에서는 5반칙 퇴장까지 당하며 9득점 3리바운드에 그쳤다.
매경기 20점대 이상의 득점과 최소한 5개 이상의 리바운드는 해야 제몫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었다.
14일 오전 작전미팅서 전희철은 박광호 감독으로부터 골밑을 확실하게 장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플레이도 잘 되지 않는데 감독의 지시라도 잘 따라야겠다고 마음먹은 전희철은 예전처럼 외곽으로 나오는 플레이를 자제하고 골밑공략을 치밀하게 했다.
그 작전은 적중, 전희철은 착실하게 골밑슛으로 득점을 올렸고 승부가 갈라진 3쿼터서는 자신의 마크맨인 나래 강병수가 체력이 떨어진 틈을 타 골밑슛, 레이업슛, 중거리슛, 3점슛까지 선보이며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했다.
이날 전희철의 득점은 31득점으로 양팀을 통틀어 최다득점.
화이트데이에 자신의 오빠부대에게 멋진 선물을 안겨준 셈.
이와 함께 전희철은 팀이 4강에 오를 있는 발판까지 마련해 주었다.
박광호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희철이가 득점도 많이 올렸고 상대의 파울도 많이 유발시켰지만 무엇보다도 상대를 위축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나을 만하면 다치는 똑같은 상황이 반복돼 팀에 미안한 마음이 많다"는 전희철은 "잠도 자지 못했는데도 플레이가 잘 풀려 기분이 좋다"며 "지금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때 팀에 진 빚을 모두 갚아버리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사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