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비화X파일] 쌍둥이 어음 위조단(1)
기사입력 1998년 03월 15일 15시 45분
금융기관이나 사채시장에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약속어음을 원본과 똑같이 위조한 일명 `쌍둥이 어음'을 할인, 수억원을 편취한 전문 어음 위조범 일당이 최근 검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범행 전모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97년 10월초. 서울의 한 시중 은행 창구에서 고객과 직원이 만기어음 한장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고객은 2억3천600만원짜리 어음의 지불을 요구했고 직원은 이미 같은 어음을 갖고 와 돈을 찾아간 사람이 있다며 지불을 거절했다.
고객은 명동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사채업자. 두달여전 한 어음할인업자에게 어음을 할인해준 뒤 만기일이 돼 돈을 찾으러 나왔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얘기를 듣게 됐다.
그는 당시 이 어음 외에 1억원짜리 어음도 함께 할인해줬기에 두장 모두 위조로 판명날 경우 3억원이 넘는 돈을 날리는 것이었다.
사채업자의 우려는 안타깝게도 사실로 드러났다. 육안으로는 식별이 되지 않았으나 확대경으로 들여다 본 결과 어음 두장 모두 번호, 날짜, 액수가 적힌 난에 희미한 칼자국이 나 있었다.
사건은 결국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검찰은 우선 어음을 할인한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사채업자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주요 사채시장을 이잡듯이 뒤졌다. 종로5가, 신설동, 강남역, 명동 등지의 사채시장을 샅샅이 뒤지며 탐문수사를 펼쳤다.
그러나 범인은 뜻밖에도 검찰청 앞에서 체포됐다. 검찰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검찰청 인근을 서성거리다가 느닷없는 불심검문에 덜미를 잡히고 만 것이다.
어음은 6명의 위조단이 치밀한 전략과 전술로 만들어낸 `예술작품'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두달전 쌍둥이 어음을 위조해 큰 돈을 챙기기로 공모, 은행에서 발행된 어음용지를 구해올 사람, 시중에 할인의뢰된 약속어음 사본을 구해올 사람, 어음을 위조할 사람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사채업자를 물색했다. [계속]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