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짠순이] '중고품 내손거치면 새'살림살이''
기사입력 1998년 03월 15일 15시 45분
허남순씨(39．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의 별명은 `재활용박사'다.
남들이 버린 옷이나 가구, 살림살이 등 중고품을 주워다 깨끗하게 고쳐 쓰기 때문이다.
큰 동서네에서 얻은 8년된 비디오, 둘째 동서네에서 얻은 손때 묻은 아이들 책상, 친정 언니에게 얻은 식탁, 아이들 장난감, 학용품, 책가방 등등 허씨의 집에는 친척이나 친구들에게서 얻은 물건들로 그득하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유행이 지났거나 겉으로 보기에 조금 낡았다는 것.
하지만 조금만 손질하면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을 허씨는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이런 억척 때문에 결혼생활 4년만에 32평짜리 아파트를 마련했다.
이제 친척이나 친구들은 안 쓰는 물건이 있으면 허씨에게 가져가라고 미리 연락을 해온다.
초등학교 4학년인 큰 딸 지혜양(11) 역시 엄마를 빼닮았다.
친구들이 쓰다 싫증난다고 버린 학용품을 주워다 동생과 함께 나눠 쓰는가 하면 얼마전에는 알뜰 시장에서 용돈 500원을 주고 청바지 두벌을 산 것.
허씨 가족의 이런 검약 정신은 남편 민병삼씨(41)의 영향 때문.
시골에서 7남매로 자란 남편은 어려서부터 절약이 몸에 밴 탓에 결혼후 구멍난 양말을 꿰매서 신던 일이 많았다고.
처음에는 `좁쌀 남편'과 결혼한 것을 후회한 적도 있으나 남편이 복지관 등에 돈을 보내고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불우시설에 가져다 주는 것을 보고 허씨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허씨는 가능한 목돈이 들어가는 것은 사지 않고 얻어 쓰는 것을 생활수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허씨는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먹는 데에는 결코 인색하지 말자는 것.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