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발라드 마을로 전입신고

기사입력 1998년 03월 15일 15시 45분


"얘, 넌 발라드 간지야. 쓸데없는 짓 하지마."

2년전 모방송국 로비에서 우연히 마주친 김장훈에게 선배가수 양희은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세번째 앨범 `노래만 불렀지'를 내놓고 포효하듯 노래하던 때였다. 언더시절부터 `고독한 로커'의 길을 걸었던 김장훈에게 `발라드과' 운운은 의외였다.

그리고 그는 최근 선보인 리메이크 앨범 `눈물을 위한 발라드'에서 그 뜻밖의 일을 실현했다. 공연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노래들을 다시 편곡해 신곡과 함께 넣은 이 음반엔 `부드러운 남자'로 거듭나려는 김장훈의 의지가 배있다.

거칠 것 없이 내지르던 창법을 한풀 꺾은 절제된 목소리는 새롭다. 요즘 방송을 `심하게' 타고 있는 `나와 같다면'이 김장훈의 변신을 느낄 수 있는 대표곡. 떠나간 연인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남자의 마음을 아프게 담았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노래말이 애절한 멜로디에 착 붙어 인기에 가속을 붙였다. 노래가 나온지 2주만에 방송횟수 50회를 넘어선 건 김장훈 음악생활 8년만에 처음이다.

"록이냐 발라드냐는 장르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대중의 정서를 움직일 수 있는 노래가 좋은 곡이다."

이승환 이소라 윤도현 리아 등과 함께 부른 들국화의 `사노라면', 스트링 편곡이 복고적인 `햇빛 비추는 날', `늘 우리 사이엔' 등이 `듣는 이의 귀'를 중요시했다는 김장훈의 선곡이다.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