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냉전의 봄(2)
기사입력 1998년 03월 15일 15시 45분
봄기운이 사파리를 점령했다.
평화로움에 지친 사자들은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하품을 했고, 나무는 초록빛으로 재무장했다.
얼핏 보기에는 더이상 평화로울 수 없는 낙원 같았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놓고 보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긴장의 나날이었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동물들은 일년내내 짝짓기를 한다.
암컷들이 발정기를 맞기만 하면 언제라도 살을 맞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이 되면 모든 욕망과 힘이 넘치는 게 자연의 이치다.
성욕도 마찬가지다.
봄을 바람나는 계절이라고 하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그 `바람'이 사파리에도 가득찼다.
모든 사자들이 암수를 가리지 않고 짝짓기 상대를 찾느라 혈안이 돼있었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게 언제나 문제였다.
사파리의 사자 12마리 가운데 수컷은 7마리, 암컷은 5마리였다.
그나마 짝짓기의 전제조건인 발정기를 맞은 암컷은 더욱 적게 마련이어서 수사자들의 투쟁을 부채질했다.
더구나 시즌은 본능적으로 짝짓기에 대한 열망이 가장 뜨거운 봄이 아닌가.
봄이 클라이맥스에 올라 `야호'라고 함성이라도 치는 듯한 5월의 어느날, 기어코 일은 벌어졌다.
발정기를 맞은 암사자는 `미스 사파리' 수지와 루지였다.
짝짓기 경쟁률은 7대2가 된 셈이다.
물론 동물공화국의 불문율에 따라 보스인 바우와 킹만 따지면 1대1로서 `무혈입성'을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두 패밀리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새로 조직을 결성해 처음 맞는 봄인 만큼 보스들은 자신도 암컷을 품으면서 졸개들에게 암컷 한마리쯤 `하사'하는 폼을 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지와 루지 2마리를 모두 독차지해야 했다.
암컷들은 비록 상대를 고를 결정권은 없지만 그래도 될 수 있으면 바우파를 좋아하는 눈치였다.
바우파로서는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었다.
사파리가 봄빛으로 완전히 물든 오후, 바우는 수지와 몇번째인가 짝짓기를 한 뒤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저쪽에서는 루지를 상대로 시저와 성칠이 교대로 일을 치르고 있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