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월드컵 주경기장은 국가의 자존심'
기사입력 1998년 03월 13일 15시 26분
일본 도쿄 중심부의 신닛코（新日鑛） 빌딩 18층 `2002월드컵축구대회 일본조직위원회（JAWOC）'.
100평 남짓한 공간에 직원이라야 비상근 4명을 포함해 모두 34명.
이마 빌딩 2개층에서 69명이 북적거리는 한국조직위에 비해선 초라해 보였지만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떠올리니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74세의 나수 쇼 위원장을 대신해 일본 조직위의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우시지마 히로시（牛島 洋） 사무총장은 섬세함보다는 호방함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 명문 가시마 앤틀러스의 산파역으로 지난해 12월 12일 일본조직위 출범과 함께 사무총장에 오른 그를 만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중간 점검해 봤다.
－제4회 다이너스티컵을 개최한 요코하마 종합경기장이 악천후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한－일전 때 기자석과 VIP석이 비에 그대로 노출된 것을 두고 하는 말같은데 월드컵 때는 보도석을 2층으로 옮길 예정이다. 시（市）가 알아서 할 것이다.
－결승전 장소는 요코하마와 사이타마 중 어디가 유력하며 언제쯤 결정할 것인가.
▲이미 완공된 요코하마와 착공도 안한 사이타마를 비교하긴 어렵다. 지금으로선 50대50이다. 장소 결정은 99년말쯤으로 예정하고 있다.
－10개 경기장의 공사 진척도는 어느 정도인가.
▲완공된 곳은 요코하마 뿐이고 신축 중인 곳이 2개, 3곳은 봄에 착공한다. 봄에 정지 작업에 들어가는 곳이 1개가 있고, 고베는 내년 봄에 착공한다. 증－개축 예정인 오사카와 이바라기도 곧 공사에 들어간다. 10곳 중 9곳은 2001년 봄, 고베는 2001년 10월 완공 예정이다.
－한국은 아직 주경기장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공동 개최국으로서 답답한 마음이 들만도 한데.
▲경기장 건설 문제로 최창신 사무총장이 고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는 한국조직위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매우 우수한 사람들이다.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하리라 확신한다.
－한국이 `IMF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유치 과정에서 우리는 라이벌이었지만 공동 개최국이 된 지금은 한배를 탄 공동 운명체다. 일본은 월드컵을 단독 개최해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공동 개최로 한－일간의 우호가 돈독해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점은 확고하다.
－한국은 IMF의 여파로 경기장 규모 축소와 잠실주경기장 활용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데 일본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월드컵 준비는 `월드컵을 어떻게 치르느냐'하는 소프트웨어 측면과 월드컵을 통한 스포츠 인프라의 구비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눈앞의 이익만을 보자면 가급적 대회를 축소하는게 좋겠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경기장은 지역 사회의 스포츠문화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월드컵에는 경제적 이익만을 따질 수 없는 국가적 자존심이 걸려 있다고 본다.
－북한이 한국과 월드컵을 분산 개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 실현 가능성은.
▲먼저 남북한이 의사 통일을 하면, 일본과 협의를 거쳐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집안 문제이므로 일본이 간여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일본으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북한에 가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한국과의 월드컵 공조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
▲매우 우호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케팅 정보 기술 홍보 CI 등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 적극적인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최창신 총장과는 서로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도쿄=김동국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