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부담중량'에 운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13일 15시 26분
경주마들이 마사회의 무리한 부담중량 산정으로 지난해에 비해 주파기록이 크게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마사회가 올초부터 지난주까지 출전한 2천299마리의 경주마 주파기록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평균치보다 0.5∼0.6초가량 늦어졌다.
과천경마장 경주마들은 지난해 1천900m 경주를 평균 2분10초5에 주파했으나 올해는 2분11초1에 주파, 0.6초 늦어졌으며 1천700m, 1천800m, 2천m경주에 출전한 경주마들도 평균 0.5초씩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주마에게 0.5초면 7.2m를 달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이처럼 기록이 저조해진 것은 마사회가 올들어 경주마의 부담중량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올초부터 지금까지 레이스에 출전한 경주마들의 평균 부담중량은 54.8㎏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0.3㎏이나 늘어났다.
이는 마사회가 경주마 나이에 따라 등짐을 결정하는 마령중량 레이스 숫자를 대폭 줄인 대신 실력있는 말 일수록 무거운 짐을 져야 하는 별정중량과 핸디캡중량 경주수를 늘린데서 비롯됐다.
경주마의 실력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져 이를 방치했다가는 승부가 너무 뻔해진다는 것.
그러나 경마전문가들은 부담중량이 늘어날수록 스피드가 줄어들어 박진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주마의 수명이 단축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경마의 첫번째 원칙인 `우승열패（優勝劣敗）'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마사회가 올초 외환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외국산마 수입을 자제하는 대신 기존 경주마를 `아껴쓰겠다'고 발표한 것에 정반대되는 정책이기도 하다.
조기협회의 한 관계자는 "마사회는 경주마가 조금만 잘 뛰어도 60㎏이 넘는 등짐을 지워 결국 조기은퇴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 마당에 어느 조교사가 좋은 말을 키워내려고 훈련에 몰두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