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밤의 10원짜리는 '천덕꾸러기'
기사입력 1998년 03월 13일 15시 26분
한밤의 10원짜리는 천덕꾸러기（?）.
밤12시∼새벽4시까지 심야 택시할증요금에 붙는 10원짜리가 기사와 승객들의 시비거리로 등장, 가끔 한밤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심야 택시할증 기본요금은 1천560원.
미터기는 한번에 120원씩 올라간다.
문제는 100원 단위로 끝나지 않는 마지막 요금이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회사원 권모씨（35）는 얼마전 밤 12시 40분쯤 광화문에서 영등포역까지 택시를 탔는데 요금이 6천960원이 나왔다.
7천원을 냈다. 그런데 거스름돈 40원은 받을 수 없었다.
더 황당한 것은 10원짜리를 준비 못했다는 말한마디를 남긴채 택시기사는 차를 몰고 떠나버린 것.
권씨는 그래도 나은 편.
사당동에 사는 윤모씨（34）는 "집앞에 도착해 천원권 5장을 꺼내 요금 4천920원을 지불하려는 순간 미터기가 5천40원으로 바뀌어 멈칫거렸다"며 "웬만하면 5천원으로 지불이 해결 될 줄 알았는 데 1천원권을 더 꺼내 900원을 거스름돈으로 받았다"고 혀를 찼다.
영업용 택시 운전기사 이모씨는 "일 나오기 전에 1천원권 30장, 100원 동전 150개, 50원 동전 20개를 잔돈으로 준비한다"며 "10원짜리요… 그걸 어떻게 준비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승객과 대화가 즐겁거나 기분좋은 날은 10원단위 요금을 아예 승객에게 `서비스'한다는 모택시기사는 "보통 끝단위가 50원 미만 일땐 우리가 손해를 보고 60원 이상일땐 승객이 손해를 본다"며 `솔로몬의 지혜'를 설명했다.
IMF시대로 접어 들면서 10원짜리에 대한 `애착'이 많아진 탓일까.
심심찮게 10원짜리 거스름돈을 요구하는 승객이 늘어나면서 택시기사와 승객들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스름돈 `눈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특히 밤12시∼12시30분 사이에는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 10원짜리 거스름 돈을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
이 시간대 합승택시에 동승했다면 먼저 탄 승객의 거스름돈은 조금 여유로워 진다.
눈을 감아 준 대가로 10원단위 요금은 택시기사가 거의 면제해주기 때문.
만취승객이 거스름돈을 `팁'으로 내놓는 것은 당연한 일.
이래 저래 한밤의 택시에는 10원짜리가 필요없다.
`한밤의 에티켓'을 잘모르는 승객만이 10원짜리를 찾고, 달라고 `응석'을 부리는 셈.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택시기사에게 10∼15％의 팁을 주는게 상례.
하지만 부실한 서비스에 요금상승으로 이어지는 우리 택시들에게 팁문화를 접목하려는 것은 시기상조다.
얼마전 은행들이 창구마다 쌓이는 동전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IMF시대가 잊혀진 알뜰정신을 일깨우고 있다는 이야기.
오가는 10원짜리 동전속에 불황을 넘는 비결이 숨어있다면 `한밤의 에티켓'을 다시 세워보자.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