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골목] '40년 전통의 곱창구이맛 보러오세요'
기사입력 1998년 03월 13일 15시 26분
곱창과 칼국수.
어려운 시대에 더욱 생각 나는 서민들의 `외식'이다.
서울 청계천 7가와 8가의 중간쯤, 기업은행과 17동 아파트 옆으로 제법 큰 골목이 있다. 이곳이 바로 40년 전통의 중앙시장안 곱창골목이다.
주말마다 큰장이 서는 황학동 벼룩시장과 이어져 있다.
중앙시장 곱창구이골목은 처음엔 포장마차가 진을 쳤으나, 80년대 들면서 지금의 점포식 가게들이 줄을 이었다. 현 23곳의 곱창집 중 점포가 12집이고 포장마차가 11집이다.
이곳 야채곱창구이(1인분 5천원)는 철판구이의 원조격이다.
돼지곱창을 척 하니 얹은 다음, 양배추 쑥갓 깻잎 양파와 당면 등을 넣고 큰 철판위에서 쓱쓱 구워댄다.
여주인들의 `뒤집개' 솜씨는 호텔 요리사가 어딜 따라올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20년째 곱창을 뒤집어온 `보람이네집'의 여주인 남연우씨(48)는 "철판에 구워먹는 곱창 맛은 이곳이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
`새끼보' 구이곱창(1인분 7천원)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특미로 꼽힌다. 달착지근한 것이 안씹힐 듯 하면서 술술 넘어간다.
곱창골목길 손님은 시장 상인보다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
강남 신사동에서 왔다는 30대의 한 직장인은 "왁자지껄한 시장분위기가 맘에 들고 구이곱창의 별미가 있어 자주 찾는다"며, "일단 부담이 적어 좋다"고 말했다.
여자 손님들은 찬거리와 군것질감을 제법 사간다. 곱창골목 위 영미상가만 해도 각종 찬거리에 튀김 떡 닭발 등이 싼값에 줄지어 있다.
곱창골목 한복판의 손칼국수집도 유래가 깊다.
강성심씨(69)가 27년째 손으로 반죽하는 `꼬들꼬들' 칼국수이다. 손님들의 기를 살린다고 늘 마늘로만 국물을 뺀다는 외과수 맛이다.
버스요금 50원일때 300원 하던 칼국수가 지금은 2천원. 아직도 전국에서 가장 싼 칼국수일 것이라고 가업을 승계한 장남 강형석씨(45)는 말한다.
시장안이라 역시 한대접 가득이다. 자장면집에선 보통 밀가루 한포대로 150그릇쯤 빼지만 이집에선 딱 100그릇만 뺀다고 말했다.
손칼국수집은 오후 8시면 주인이 곱창구이 포장마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영업이 끝난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