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냉전의 봄(1)
기사입력 1998년 03월 13일 15시 26분
사자와 호랑이의 생활방식 가운데 가장 큰 차이점은 `조직'과 `솔로'다. 사자는 호랑이와 달리 강력한 보스를 정점으로 `패밀리'를 구축하고 다른 패밀리와 투쟁을 하며 살아간다.
사파리도 개장하자마자 바우파와 킹파로 나뉘었다. 두 패밀리는 상대의 전력을 살피느라 탐색전만 벌일 뿐 물리적인 충돌은 하지 않았으나 사파리의 유일한 이권인 암컷에 대한 독점 문제로 마침내 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사파리 1차대전은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패트롤카가 희생자를 막기 위해 `평화유지군'으로 개입했기 때문이다. 전쟁의 끝은 비참했다. 승리의 기쁨은 누구에게도 없었고, 남은 것은 부상과 상대에 대한 공포와 적개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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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으로 갈라진 사파리 경계선은 말뚝과 철조망만 없을 뿐 사자들의 마음에는 더욱 굵고 강하게 자리 잡았다.
바우파와 킹파 모두 `저쪽'은 결코 갈 수 없는 땅으로 여겼다.
분단이 고착화된 것이다.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은 오직 패트롤카와 암사자뿐이었다.
사육사들은 바우파와 킹파를 철저히 격리시켰다.
동물아파트의 방 배정은 물론 아침 출근시간 때도 `시차제 출근'을 시켰다.
격일제로 하루는 바우파가, 하루는 킹파가 먼저 사파리에 나갔다.
불필요한 싸움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사자들도 사육사들의 뜻을 아는지 사파리에 나가면 남의 땅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자기네 땅으로 직행했다.
바우파와 킹파 모두 분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국경선'에 대한 경각심은 식욕에 앞선 것 같았다.
닭고기가 달린 관람객버스를 쫓아다니며 간식을 즐기다가도 버스가 국경선을 넘을 때쯤 되면 아무런 미련없이 버스에서 떨어져 자기땅에 남는 것이었다.
서로에 대한 침공이 없는 만큼 얼음처럼 차가운 평화가 지속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