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정대상 7단●안영길 초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13일 14시 07분
제6보(101∼115)＝정 7단은 96∼97년 연속 고단진(6단 이상) 다승(31승)부문에서 10위권에 오른 기사다. 따라서 매년 5개 이상 본선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성적을 내는 것은 분명하나 뭔가 `도약'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본선에서 그의 한계는 아직 8강수준.
그가 그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예의 그 속기 탓이라는 것이 주위의 시각이다. 토너먼트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감각에 의존한 속기보단 한수 한수 신중함에서 나오는 수를 구사해야 하는데 그 `컨트롤'이 잘 안되는 모양이다.
어떤 일감에 손이 나가기 보다는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검증의 절차를 밟아야 `덜컥수'의 빈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적 향상도 꾀할 수 있음은 불문가지. 정 7단으로선 그런 변신의 모습을 보일 때 한 단계 더 도약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반상위엔 참으로 어이없는 변화가 일고 있다. 흑이 1로 끊어오는 데엔 불과 몇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이곳의 변화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백으로선 어차피 내친걸음이었고 그것이 비록 파멸을 가져온다해도 자신의 감각적 속기를 탓할 수밖에 없다. 흑 7에 백 8로 살 수밖에 없을 때 흑 9로 단순히 젖혀오자 기어코 사건은 터지고 만 것.
백 12는 말그대로 `울며 겨자먹기'다. 15까지 애써 투입했던 자신의 돌이 고스란히 잡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손을 쓸 수 없는 모습이다.
즉 [참고도 1] 백 1로 잇고 버티는 것은 흑 2 때 응수두절. 백 3은 흑 4로 절명이고 [참고도 2] 흑 1에 백 2면 8까지 살긴 하지만 좌하변에서 손실이 워낙 커 어차피 역불급인 형세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