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차 무임승차 급증
기사입력 1998년 03월 12일 15시 33분
"한번만 봐주세요. 다음에는 꼭 표를 살게요."
IMF시대를 맞은 철도청 검표원들은 요즘 `무임승객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전국 기차역마다 무임승객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역.
수도답게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공짜손님'도 으뜸이다.
올들어 지난 2월까지 2개월 동안 서울철도청 공안과에 적발된 무임승객은 229명으로 전국 386명중 68.8％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1명에 비해 무려 78명이 늘어난 것으로 최근 경제난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97년도 전체 무임승객은 전년도 1천23명에 비해 무려 98％가 급증한 2천26명을 기록했다.
철도청 공안과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새마을호 벌금체계가 바뀌면서 그동안 신고되지 않던 무임승객이 통계에 포함된 것도 원인이지만 대부분 가격이 싼 비둘기호열차나 통일호에서 적발됐다는 점에서 IMF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늘어난 숫자만큼 무임승객의 사연도 다양하다.
장난삼아 열차에 탄 청소년, 목적지를 중간에 변경하는 바람에 미처 새표를 구하지 못한 직장인, 표를 잃어버렸다고 하소연하는 노인 등.
무임승차를 하다 적발되면 즉결심판에 넘겨져 대부분 벌금을 물고 풀려나지만 정말 돈이 없어 구류를 사는 승객도 없지 않다.
서울역의 한 직원은 "지방에서 사업을 하다 부도를 내고 빈털터리로 열차에 오른 무임승객을 가끔 적발한다"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늘어난 서울역 앞 지하도의 `홈리스'（무숙자）들 중에는 무임승객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무임승객이 기승을 부리기는 시골역도 예외는 아니다.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와 달리 시골은 검표요원이 1∼2명에 불과해 무임승객과의 `숨바꼭질'에서 당하기 일쑤다.
열차에서 내려 철도만 건너면 곧장 역사 밖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열차에 탈 수도 있고 내뺄 수도 있는 것.
적자구간으로 검표요원이 1명밖에 없는 진해역과 마산역은 평소 하루 1∼2명에 불과하던 무임승객이 요즘에는 10명 이상으로 늘었다.
진해역의 한 관계자는 "생활이 어렵다보니 돈을 아끼기 위해 무임승차를 하는데 일손이 달려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