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비화X파일] (2)가짜 고향친구
기사입력 1998년 03월 12일 15시 33분
"요즘 주부들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고향친구라는 말만 믿고 수십만원씩 갖고 달려 나가다니."
"인지상정이지 뭘. 고향친구라고 하면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는 거 아냐. 게다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데."
올초 인천의 한 경찰서. 고향친구를 사칭한 남자로부터 돈과 몸을 빼앗겼다는 40대 주부들의 잇따른 피해 신고가 있자 형사들은 여성들의 태도에 대해 한마디씩 하면서 범인 추적에 들어갔다.
형사들은 피해자의 진술에 비춰 동일범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범인이 중키의 중년남자라는 점과 범행 수법이 모두 같았던 것이다.
범인은 피해 여성이 기억하는 사람으로 위장해 친한 척 하다 자가용이 논두렁에 빠져 견인비가 필요하니 돈을 꿔달라며 밖으로 불러내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강간 전과자들의 사진과 근처 동사무소에 등재된 중년남자의 사진을 보여줬다.
동일수법 전과자 조회는 효력을 즉각 발휘했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김수장（43．가명）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김수장은 지난 91년 강간범으로 체포된 뒤 96년 크리스마스 특사로 출소해 있었다.
범인의 신원이 파악된 이상 검거는 시간문제였다.
경찰은 이날 이후 김수장의 주소지 앞에서 교대로 잠복근무를 하는 한편 범행에 대비해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사건 발생 지역에도 형사를 보냈다.
김수장은 결국 범행 4개월여만인 지난 3일 귀가하던 중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수장은 한달에 2∼3번씩 범행을 저질러 주부 10여명에게 300여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수장은 전화번호부에 여자이름으로 등재된 전화번호를 골라 전화를 했으며 대부분이 별다른 의심없이 자신의 말을 믿고 약속장소로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의 상당수가 중산층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전업 주부들이었다"며 "대부분이 고향친구에 대한 반가움 때문에 속았지만 이성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집을 나선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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