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시청률 지상주의의 말로
기사입력 1998년 03월 12일 15시 33분
MBC TV 미니시리즈 `사랑'(이진석 연출)이 작가와 주연이 바뀌는 대수술을 거쳐 `사랑할땐 별이 되고'란 부제를 달고 방영되고 있다.
`사랑'의 대수술에 앞서 드라마국의 한 간부는 "작품의 완성도와 시청률 제고를 위해 작가와 배우의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후반부를 달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이 간부의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MBC는 시청률 확보를 위해 장동건 상대역에 3명의 늘씬한 미녀를 포진시키고 진한 키스신이나 남녀의 잠자리 장면 등 자극적인 장면들을 대거 포함시켰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사랑'의 1, 2회 때 시청률은 17.5%와 18.2%. 이는 9,10회때 17.3%, 16.1%로 떨어지더니 이번 주에는 12%대로 곤두박질해 `미니시리즈 원조 MBC'라는 간판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PD들과 방송관계자들은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를 `손바닥 뒤집 듯'하는 간부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 중견PD는 "3개월동안 준비된 `사랑'의 최초 줄거리를 불과 1주일만에 바꾼데다 정통멜로를 급작스레 트렌디로 전환시키다 보니 짜임새 있는 구성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털어놨다.
시청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일관성 없는 줄거리에 짜증이 나는데다 과거 트렌디작품에서 자주 봤던 화면들이 `재방송'되는 듯한 느낌도 역겹다는 것.
최근에는 `사랑'의 후속작으로 3개월 전부터 준비해 온 `무지개'(가제)라는 작품이 방영 한달을 남긴 상황에서 다른 작품으로 교체되는 해프닝이 또 벌어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보석세공사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치스런 보석이 화면에 자주 등장, IMF 정서에 거슬린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시청률 확보를 위해서는 이미 인기를 끌었던 소설을 작품화하는 것이 낫다"는 고위간부의 언질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청자는 물론 일선 PD들도 반대표를 던지고 있는 MBC 드라마국 간부들의 `손바닥 뒤집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눈여겨 볼 일이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