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거리] 젊은이들이 몰린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12일 15시 33분
묵향 짙은 서울 인사동 거리에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인사동이라면 미술관과 화랑, 골동품점 등이 밀집해 있는 단아하고 고풍스런 거리로, 그 특성만큼이나 서울시내에서 가장 `늙은' 동네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물론 인사동이 `젊은이 금지구역'은 아니지만 종전엔 전통 찻집을 찾는 일부 `전통파'들의 발길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IMF 시대 개막 이후 인사동을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유도 가지가지다.
우선 찻값이 싸다는 점이다.
신촌이나 홍대앞, 명동 등지의 찻값은 보통 5천∼6천원선이고, 재즈카페 역시 싸야 5천원이라 식사까지 겸해질 경우 적잖이 부담스러워진다.
하지만 인사동의 전통 찻집들은 다른 지역보다 적어도 20% 정도는 싸다.
차와 음료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녹차나 작설차는 물론 수정과와 식혜에 매실차, 모과차까지 골고루 갖춰져 있다.
`한잔'이 그리우면 그 자리에서 산딸기주나 머루주를 주문해도 된다.
사대부집 사랑채같은 느낌을 주는 전통 찻집은 그 분위기만으로도 미팅의 성공률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물론 아담한 카페들도 많아 다양한 취향의 젊은이들을 모두 소화시킬 수 있다.
보통 인사동에서 미팅을 하는 젊은이들 사이에는 뒤풀이를 `아이쇼핑'으로 대신하는 게 하나의 규칙처럼 돼 있다.
인사동 거리에는 별난 볼거리들이 많고, 일반 유흥업소들이 주는 감흥과는 또다른 분위기가 있어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인사동의 한 전통 찻집에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신토불이팅'을 했다"는 대학생 이모군(20)은 "가격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독특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즐거워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인사동 거리는 IMF라는 시대적인 흐름을 타고 더욱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