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그림경매도 '가격파괴'
기사입력 1998년 03월 12일 01시 09분
지난달 조각경매에 이어 11일 그림파격경매를 연 미술은행 동숭갤러리(대표 이행로)가 다시한번 그림값 하락의 충격파를 던졌다.
11일 오후 동숭동 사라토카빌딩에서 구삼본씨(갤러리 포커스대표)의 진행으로 열린 경매에서는 242점의 출품작중 63％에 이르는 153점이 낙찰됐으며, 총낙찰금액은 5억4천여만원을 기록했다.
이날 최고가에 낙찰된 작품은 장욱진의 8호 변형 유화작품 '무제'로 시가 1억원의 69％ 가격인 6천900만원을 기록했다. 권옥연의 6호 유화작품 '소녀'는 시가 3천만원의 76.6％인 2천300만원으로 이날 최고 낙찰률을 보였다. 그러나 황용엽의 50호 유화작품 '삶'은 시가 4천500만원의 35.5％인 1천600만원, 이중섭 엽서그림 '꽃'은 시가 1천800만원의 38.8％인 700만원, 이우환의 20호 드로잉 '바람과 함께'가 시중가 600만원의 25％인 150만원에 낙찰됨으로써 참가객들에게 '그림이 시가보다 이렇게 싸질 수도 있구나！'하는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한편 전반적으로는 400만원 이하 작품이 121점으로 전체 판매의 79％를 차지, 중저가품의 인기를 입증했다.
그러나 이날 출품작들은 장욱진의 '무제', 권옥연의 '소녀'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곤 작가의 유명세에 걸맞은 뛰어난 걸작이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게다가 지난달 조각경매때처럼 화랑측이 출발가를 시가의 20∼30％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의 편차를 인정하지 않고 해당작가의 최고 작품가를 시가로 적용, 현시세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이다. 한 화상은 "주최측이 권옥연씨 작품을 호당 500만원으로 계산했지만, 실제 호당 400만원에도 거래된다"면서 "낙찰가 2천300만원은 현시세만큼 낙찰된 것"이라 지적했다.
동숭갤러리의 지난달 18일의 조각경매에선 출품작 151점중 129점이 7억4천여만원에 낙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