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의야구세상] '유망주ML행' 제값받고 보내자
기사입력 1998년 03월 11일 14시 58분
대한야구협회가 우리 야구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로 했다.
최근 LA 다저스가 우리 유망주 9명에 대해 신원조회를 요청하는 공격적이고 무차별적인 스카우트 공세에 비로소 대단한 위기 의식을 나타낸 것이다.
요즘들어 앞날이 기대되는 선수들치고 `미국 진출'의 이야기가 한번이라도 나오지 않은 선수가 없고, 또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그들의 뜻 역시 강력하게 부각되었다.
박찬호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아니라 전국민의 영웅이었으며 박찬호 개인의 동정을 다루는 코너까지 있을 정도이다.
더구나 불행한 IMF 체제 아래서 야구 선수들이 미국에 스카우트됨으로써 소속 팀이 받게 되는 일종의 권리금까지 생각하면 `기특한 외화벌이'라고 우리는 `해외 진출 야구선수'들을 칭송까지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일부 대학이 빠듯한 살림살이를 소속 선수를 미국 메이저리그에 보내면서 잠시나마 해결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야구협회가 우리 선수들이 너도나도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하겠다는 재학생들의 행동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혔다.
야구협회는 미국 구단이 우리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사냥하는 것은 우리나라 아마 야구의 뿌리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국내 프로야구의 `존재의 이유'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아마 야구가 새내기들을 단속하고 키워야 프로야구의 발전이 있다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모처럼 프로－아마 야구 관계자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응 행동에 나서기로 한 모양이다.
물론 필요한 일이다.
미국 야구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도 최근 LA 다저스가 한국 선수 데려가기에 재미 붙이는 점을 걱정해 왔다.
마치 김장철을 앞두고 아무 것도 모르는 순박한 농부에게 가서 `내가 이 배추밭의 배추를 모조리 사겠소'하고 목돈을 내놓는 격이다.
뭘 잘 모르는 농부는 목돈에 일단 눈이 휘둥그래져 그 자리에서 그러자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막상 김장철이 되면 사재기를 한 거간꾼에 의해 배추값은 폭등하고 덩달아 배추 종자 값도 치솟고, 농부는 뼈빠지게 일한 대가를 홧술 몇 잔과 바꾼 꼴이 되는 것이다.
IMF가 지니고 있는 뜻도 그렇다.
거대한 세계 자본 시장의 흐름을 몰라 우리가 당해도 이렇게 호되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특정한 나라를 거론할 필요가 없는 서구 자본주의의 `아시아 손봐주기'에 지금 온 국민이 이처럼 처절한 눈물겨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아마 야구의 인재는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은 것이다.
그냥 내줄 것이 아니라 갈고 닦아 가공해 비싼 값에 팔아도 팔아야 할 것이다.
우리 프로야구의 자생력과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아마 야구다.
야구협회는 미국 진출을 꿈꾸는 선수에게 미국행 금지가 `우물안 개구리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부가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것을 보여줘야만 한다.
결코 무능한 `야구 정권'이 되어 우리 야구를 IMF 체제 아래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