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주루플레이 모델
기사입력 1998년 03월 11일 14시 58분
`폭풍' 이종범（28）이 몰고온 개혁의 바람 때문이다.
지난 10일 요카이치의 니혼햄전이 끝난 뒤 주니치 호시노감독은 "리（이종범）는 역시 주루의 모범이다. 그의 훈련과 경기를 보고 난 뒤 선수들의 판단력과 몸놀림이 달라졌다. 오늘 경기서 만족할 만한 것은 오직 주루 뿐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는 3시간51분이나 걸렸지만 양팀 투수진의 난조와 잦은 실책으로 내용은 졸전이었다.
오직 볼만한 것은 주니치 선수들의 예전과는 확실하게 달라진 주루 뿐이었다.
작년 팀도루가 55개에 그쳤고, 개인 최다도루가 아라키의 12개인 주니치가 1경기에 무려 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주니치가 기록한 1경기 6도루는 지난 84년 6월 30일 다이요（요코하마 전신）전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당연히 첫 도루는 4회 이종범의 몫이었고, 이종범의 플레이에 자극받은 선수들은 누상에 나가면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아라키가 2개, 오니시가 2개, 하라다가 1개를 기록했다.
단순히 도루만 성공시킨 것이 아니라 발로만 8회 2득점했다.
주니치는 6_7로 뒤진 8회말 1사후 4구 3개와 도루 4개, 실책과 희생플라이 각 1개를 묶어 안타없이 2득점, 8_7로 역전했다.
이 모든 것이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판단력, 순간적으로 살 수 있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뛰는 적극성,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 부상을 방지하는 슬라이딩 기술 등 이종범을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호시노감독이 지난 1월 입단식에서 "주니치 선수들이 이종범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면 올시즌 목표인 기동력 야구가 제대로 접목될 것이다. 이종범은 주니치 선수들을 변화시킬 스승이 돼야 한다"고 말했던 `이종범 효과'가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
`뛰어라！'
올시즌 팀 개혁을 위한 주니치의 팀 캐치프레이즈다.
기동력 야구의 `전도사' 이종범의 존재는 주니치 팀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고야=이준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