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아르바이트] '휴지있는 곳엔 언제든 내가 있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11일 14시 58분
서울의 잠실롯데월드.
연중 어린이들로 넘쳐나는 그 `꿈의 궁전'을 구석구석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뜻밖에도 마도로스의 꿈을 지닌 여수대 해양생산학과 4학년 황호림씨（25）다.
그는 롯데월드를 `싹쓸이'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일명 환경미화원.
집이 서울인 그는 방학 때와 매주말에 일을 하는데 3년의 경력이 붙다보니 한갓진 곳, 으슥한 곳 어디 한군데 모르는 곳이 없다.
일도 능수능란하다.
그가 흰색 모자, 흰색 멜빵바지에 자루달린 비와 쓰레받기를 들고 떴다하면 롯데월드 바닥에선 휴지 구경하기가 힘들어질 정도다.
단순히 쓰레기만 치우는 미화원이야 아무데서나 볼 수 있지만 그는 다르다.
그는 연기자다.
롯데월드라는 커다란 무대에서 쓰레기 치우는 역할을 맡은 배우인 것이다.
따라서 그곳에서는 그를 `클리닝 캐스트'라고 부른다.
그가 휴지를 쓸어담을 때 쓰는 동작은 크게 `가랑이쓸기'와 `가위쓸기', 그리고 `뒤로 쓸기' 등이다.
가랑이쓸기란 왼손에 쓰레받기, 오른손에는 비를 들고 음악에 맞춰 걸어가면서 휴지를 쓸어담는 방법으로 걸음을 걸을 때 다리 사이에 생기는 공간으로 쓰레기를 튕겨넣는다.
가위쓸기 역시 가랑이를 이용하지만 두 다리를 가위질 하듯 옆으로 걸어가며 쓸 때를 말한다.
`뒤로 쓸기'는 비와 쓰레받기를 뒤로 해 등 뒤에서 쓰는 동작이다.
물론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쓰레기는 어김없이 쓰레받기 안으로 들어간다.
그가 하는 일은 비단 청소 뿐만이 아니다.
안내나 미아보호는 물론 브라스밴드의 퍼레이드를 사전에 점검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이렇게 해서 그가 받는 돈은 시간당 2천원.
방학 때면 월 40만원은 만질 수 있어 등록금에 제법 보탬이 된다.
"남들은 마음먹고 와야 1년에 한두번인 롯데월드를 안방 드나들 듯하니 참 좋다"는 황호림씨의 표정이 마치 어린애 같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