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명산순례] (1)광덕산
기사입력 1998년 03월 11일 14시 58분
"전망이 좋으면서도 올라가는데 힘들지 않은 산은 없을까?"
겨울 동안 부쩍 몸무게가 는 아내와 운동 부족으로 활기가 없는 어린 자녀.
이들에게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주기 위해 산행을 계획한 가장은 어디로 갈까 고민이다.
북한산, 관악산은 사람이 너무 많고, 유명한 산으로 가자니 비용도 많이들고 어린 자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
이럴때 찾아볼만한 곳이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화천을 경계짓는 광덕산(해발 1,046m).
한북정맥의 허리부분인 광덕산은 해발 1천m급의 높은 산이면서도 유치원 꼬마도 손쉽게 오를 수 있을만큼 등산로가 완만하고 서울서도 멀지않아 가족산행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20∼30년 전에는 간첩들의 침투 루트로 사용됐었고, 3년전까지만 해도 산삼이 발견됐을 정도로 자연미가 살아있는 산이다.
산행은 광덕고개에서 화천쪽으로 700여m 아래의 백운산 산장가든 뒤쪽에서 시작된다.
시멘트포장의 마을길을 200m쯤 가다 왼쪽으로 난 희미한 등산로로 접어든다. 우거진 솔숲을 헤치고 5분쯤 오르면 능선길.
능선의 왼쪽은 경기도, 오른쪽은 강원도다.
물푸레나무와 당단풍, 토종소나무가 잘 자란 이 능선 길은 바람도 세지 않고 햇볕이 잘 든다.
정상까지 길은 외줄기여서 길 잃을 염려도 없다.
972봉 근처의 바위벽이 유일한 난코스. 그러나 튼튼한 밧줄이 묶여있어 어렵잖게 돌파할 수 있다.
972봉에서 간식을 먹으며, 구절양장의 47번 국도를 내려다보며 게으름을 피우더라도 2시간 반이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 자체는 볼품이 없지만 파노라마가 만만찮다.
북동쪽으로 화악산이 보이고 상해봉은 코 앞. 운이 좋아 맑은 날을 만나면 멀리 속초의 설악산까지 보인다.
산행 후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일동에 들러 온천욕을 하면 금상첨화. 사이판, 하와이, 용암, 제일 등 4곳이 물 좋기로 이름나 있다. 가격은 3천∼6천원.
화개장터가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곳이라면 광덕산 고개는 강원도와 경기도가 만나는 산나물장터다.
광덕산에 봄산행을 즐기려는 수도권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고갯마루의 산나물장터도 활기를 띠고 있다.
광덕산은 바로 이웃한 백운산(해발 904m)과 함께 중서부 최대의 약초와 산나물 생산지.
산이 높고 물이 깊은데다 땅이 기름져 맛과 약효면에서도 전국에서 손꼽힌다.
광덕고개 6개의 상점과 30여개의 좌판에는 주먹만한 더덕에서부터 투실투실 살이 오른 산마, 바가지만한 영지버섯, 한두뿌리 씹으면 배가 부른 알칡이 풍성하게 쌓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들이 벌여놓은 좌판에는 참기름, 깨, 콩을 비롯, 취나물, 두릅 등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산나물들이 그득해 산행 후 장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속에 콩을 넣은 강원도식 감자송편은 칼로리가 높고 든든해 등산객들의 점심 도시락으로 인기다.
▲광덕고개 정상에서 이동쪽으로 3∼4㎞에 걸쳐 펼쳐진 백운계곡의 이동갈비는 산나물 반찬이 풍성하게 나온다는 점이 색다르다.
그중에서도 20년이나 된 이동백운산갈비집(대표 강연화)은 도마취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쓰는 곳으로 유명하다.
갈비는 1인분 10대에 2만원. 말만 잘하면(?) 오미자, 당귀, 돌배, 복분자 등으로 담근 술도 공짜로 맛볼 수 있다. 0357)535-7374
▲광덕산 가는 길
서울 상봉터미널서 화천군 사창리행 대진운수 직행버스가 15분 간격으로 다닌다. 광덕고개까지는 4천900원, 도평리까지는 4천400원.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한 차는 백운계곡 아랫마을인 도평리가 종점. 광덕고개에 오르려면 완행버스를 또 타야한다.
[광덕산=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