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분단시대(7)
기사입력 1998년 03월 11일 14시 58분
동물은 원래 `살려고' 태어난 존재다.
아무리 나약한 동물이라도 목숨을 부지하고 종족을 번성케 할 수 있는 능력을 본능적으로 타고 나게 마련이다.
오죽하면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시저도 마찬가지였다.
백수의 왕인 수사자치고는 싸움 실력이 신통치 못한 시저지만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사파리에 오자마자 재빠르게 바우 편에 줄을 댄 것은 시저의 `생존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사파리가 남쪽의 바우파, 북쪽의 킹파로 분단된 뒤 시저는 언제나 바우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언제 전쟁이 일어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바우가 튼실한 방어벽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우와 킹이 암컷 문제로 갑자기 싸움을 붙는 바람에 전면전으로 번져 바우파와 킹파는 조직을 결성한 뒤 처음으로 패싸움을 벌인 것이다.
얼떨결에 장쇠와 칭기즈칸에 쫓겨 코너에 몰린 시저는 큰 소리로 자신의 위기를 바우에 알렸다.
바우는 과연 믿음직한 보스였다.
바우는 성칠에게 킹과 카미쪽을 맡겨 놓고 시저쪽으로 달려갔다.
바우는 우선 급한 대로 장쇠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바위에 등을 대고 발악을 하는 시저를 어떻게 해치울까 고민을 하다가 난데없는 공격을 받은 장쇠는 저만큼 나가떨어졌다.
장쇠의 다음 차례는 칭기즈칸이었다.
킹과 싸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바우의 출현에 칭기즈칸은 당황했다.
함께 있던 장쇠는 이미 바우의 한방에 나가떨어진 터여서 칭기즈칸은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전쟁터의 사기는 `제로섬 게임'과 다를 게 없다.
한쪽의 사기가 떨어지면 반대편의 사기가 그만큼 오르게 마련이다.
일이 이쯤되자 이번에는 시저가 나섰다.
시저가 아무리 `호색한(好色漢)'이라도 이빨과 발톱 등 있을 것은 다 있는 수사자였다.
시저는 잠깐동안이라도 불안에 떨었던 것을 분풀이라도 하 듯 칭기즈칸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