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민 울리는 신종 '고리대금업'
기사입력 1998년 03월 10일 15시 26분
금（金）이 서민을 울리고 있다.
IMF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금을 이용한 신용카드 불법할인이 성행하고 있다.
할인업자들은 생활정보지에 금은방으로 위장, `신용대출 000주얼리' `신용카드로 금 구입 가능' 등의 광고를 내 불황으로 카드빚이나 은행대출금을 갚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직장인이나 퇴직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은 찾아온 사람들에게 신용카드로 금을 구입했다 되파는 형식의 매출전표를 끊어 할인해주면서 17∼20％의 높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지금까지 신용카드 불법할인의 경우 백화점카드나 신용카드로 상품권이나 가전제품을 구입한 뒤 수수료 15％를 받고 되파는 수법 등이 알려져 왔으나 요즈음 금모으기 운동이 활발하자 이 틈을 노려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할인업자들이 카드할인에 금을 이용하는 것은 금은방들 대부분이 금의 마진이 적어 신용카드의 은행수수료（4％）를 공제하면 남는게 없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거래를 사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인업자들은 점포가 아닌 사무실에 귀금속 몇점만 진열해놓고 귀금속 중개상처럼 위장,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회사원 노모씨（33）는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전화문의를 한뒤 찾아갔더니 금은방이 아니라 일반사무실이었다"며 "신용카드로 100만원짜리 금 매입전표를 만들고 나서 수수료를 뺀 83만원의 현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씨의 경우 신용카드 할부이자 연 14.5％를 감안하면 손에 잡은 금액은 더 줄어 드는 셈이다.
귀금속매매업은 신고제이기 때문에 쉽게 귀금속점을 차려 사업（?）을 할 수 있다.
한국신용카드업협회 기획조사과 백외문 대리는 "현행법상 신용카드로 금을 매매한다 해도 규제할 법규는 없다"며 "매출전표를 허위, 변조했을 경우에만 불법으로 간주,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IMF한파로 문턱이 높아진 은행대출은 엄두도 못낸다. 그래서 엄청난 수수료와 이자율을 감수하면서 신용카드 불법대출업체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저 돈없고 금없는 서민들만 서럽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