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정대상 7단●안영길 초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10일 15시 26분
제3국(37∼65)＝혹자는 안 초단같이 입단하자마자 놀라운 성적을 내는 신예들을 `신데렐라'로 비유하곤 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낭만적 사고이며 사실 현실은 자못 다르다. 다시말해 안 초단의 활약상이 프로가 되어서 갑자기 신들린 듯 나타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프로데뷔 과정을 지켜보면 그것은 자명해진다. 거의 모든 신예들이 그러하지만 입단대회에 나오자마자 단번에 프로가 되는 기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번의 실패와 좌절을 누구나 맛보는 것이다.
이 판의 안 초단의 경우엔 더욱 심해 무려 8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프로에 입문한 그런 케이스다. 그러다 보니 연구생시절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무기'였던 셈이다(프로를 용에 비유하자면).
따라서 안 초단이 그런 좋은 성적표를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축적된 `노하우'이자 `한'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의 연승가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 하겠다.
흑 37이 백의 주문을 거부한 임기응변의 대응이었다. 이에 백은 51에 받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 그러면 흑 43으로 살아 흑 37을 선수로 활용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 38, 40은 내친 걸음.
자체로는 대단한 손해지만 이렇듯 51의 곳 연결을 차단하고 백 42로 끊어 흑 43까지 패가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팻감인데 초반인 만큼 피차 어려운 패싸움이다.
그럭저럭 61까지 진행되었을 때 백 62로 패를 때려낸 것이 성급했다. 물론 이 패는 30집 가까운 큰 곳이긴 하지만 흑이 패를 싹싹하게 양보하고 63, 65로 큰 곳을 두어가니 백으로선 패에 이기고도 대세에서 뒤진 꼴이 된 것.
국후 백은 [참고도] 5까지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앞서 나갈 수 있던 진행이었다는 결론이었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