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 그곳에 가면 내가 찾는 음악이 있을까?
기사입력 1998년 03월 10일 15시 26분
"정말 빈손이란 느낌이 들어야 완전히 새 출발을 할텐데 국내에선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들 것 같지가 않더군요."
신해철이 7일 마침내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연말 그룹 넥스트 해체후 연이은 영국행 발표, 디지털미디어사와의 30억원 계약 등으로 화제를 양산했던 그의 출국이 계속 미뤄지자 주변에서는 "못 갈지도 모른다"는 등의 소문이 꼬리를 물기도 했다.
"정리할게 좀 많더군요. 4월쯤에 `비정규' 솔로 앨범을 하나 낼 예정인데 그 관련 작업도 만만치 않았어요."
이 앨범에는 이제껏 발표한 히트곡들을 테크노풍으로 새롭게 편곡해 담을 예정. `영국행' 자체가 `새로운 출발'을 뜻하는 만큼 `과거의 정리'인 이 앨범 작업은 웬만하면 국내에서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록 뮤지션의 메카에 해당하는 런던에서 신해철은 현지 마이너 레이블과 계약을 하고 올 연내로 일본과 영국에서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신해철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테크노.
"꼭 그걸 한단 얘긴 아니죠. 분명한건 철저하게 지금까지의 나를 부수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영국행의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것은 넥스트의 마지막 음반이 된 `영혼기병 라젠카'. 이 음반의 녹음을 위해 방한한 영국 음악인들은 한국 FM을 들어보곤 갸우뚱해 신해철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 너 이 나라에서 익셉션(예외)이지?"
최근 화제가 됐던 디지털미디어와의 `30억원짜리 계약'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돈 쓰러 영국으로 도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그 돈은 `그 액수만큼 음반을 만들수 있게 제작비를 대겠다'는 의미라는 걸 분명히 해두고 싶어요."
알아볼 사람 없는 영국에서의 생활은 머리 질끈 묶고, 전철 타고 다니는 것이 될 것이라는 신해철. "전위(前衛)에 선 사람은 죽어야 한다"던 그가 죽어서 신화가 될지, 살아서 역사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송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