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분단시대(6)
기사입력 1998년 03월 10일 15시 26분
까미는 이미 예선전에서 바우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검증된 상태였다.
그런 까미가 바우에게 겁없이 덤빌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속한 킹파가 바우파보다 머릿수가 많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쟁에서 사기는 어떤 요소보다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지난번처럼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인 만큼 수적 우세가 승리와 직결된다고 확신한 까미는 바우에게 눈을 까뒤집고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공격해 들어갔다.
까미의 앞발이 바람을 가르며 바우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정돈이 잘 된 밭고랑처럼 바우의 얼굴에 줄이 그어졌고, 고랑마다 붉은 피가 배어나왔다.
까미의 기세에 어리벙벙했던 바우는 찢어진 가죽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다시는 자기 앞에 감히 서지 못할 만큼 따끔하게 손을 봐줬다고 생각했던 까미에게 뜻밖의 공격을 받은 바우는 `실제상황'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사기가 높은 데다 1차 공격을 성공한 까미는 더욱 기세가 올라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아무리 바우가 왕이라고 하더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 성칠이 끼어들었다.
바우파에 새로 입단한 성칠은 위기에 빠진 보스를 구출해 이번 기회에 2인자 자리를 보장받겠다는 듯이 나선 것이다.
바우는 물론 성칠과 1대1로 붙어도 힘들 까미가 바우와 성칠을 한꺼번에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정신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까미는 성칠에게 한방 맞자 곧바로 몸을 피했다.
바로 그때 저쪽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바우파의 막내 시저였다.
바우와 성칠이 함께 있는 사이 킹파의 장쇠와 칭기즈칸이 시저를 덮친 것이었다.
싸움보다는 암컷과의 데이트를 좋아하는 시저로서는 1대2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