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직격인터뷰] 강혁 '기회주어진다면 미국서'
기사입력 1998년 03월 09일 15시 11분
"메이저리그 입단제의가 있었다는데 너 혹시 3중등록 되는거 아냐."
하일성 위원의 농담 한마디에 잔뜩 긴장해 있던 현대전자 강 혁（24）의 표정은 이내 밝아졌다.
프로야구 영구제명（93년 4월）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강 혁은 하위원 특유의 재담에 현재의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솔직하게 털어났다.
하일성 위원（이하 하）:며칠전 국가대표 강화훈련을 마치고 귀국했지. 요즘 어떻게 지내.
강 혁（이하 강）:목표가 없습니다. 남들처럼 매스컴에도 자주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해야되는데 그렇지 않아 힘이 빠지네요. 아마에서 활동하다보니 한계가 느껴집니다.
하:LA다저스에서 신분조회 요청을 한 것으로 아는데.
강:다저스에서 저를 포함해 9명의 신분조회를 한 것은 다른팀에서 못데려가게 방해하려는 의도지 꼭 스카우트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요즘 심정은.
강:그저 답답합니다. 아직 가슴속에 응어리가 있습니다.
하:원인은 무엇이지.
강:모든게 제탓이라 생각합니다.
하:알고 있었네. 그럼 됐어.（웃음） 아버님 병환은 어떠시냐.
강:치매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난 92년 이중등록됐을때 상황과 심정을 솔직하게 얘기해볼래.
강:중학교때 은사였던 양승호 감독님（현재 OB코치）이 고3때 OB스카우트로 가시는 바람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한양대와 먼저 가계약 했는데 집안 사정상 돈이 필요해 은사님을 믿고 OB와 계약했습니다. 당시 양감독님은 내가 프로와 계약하더라도 같이 한양대로 가기로 한 동료 2명의 진학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해 프로를 택했습니다. 그러나 동료들의 대학진학이 되지않아 모든게 뒤틀려 버렸습니다. 혼자 사느냐, 의리냐를 놓고 고심하다 결국 의리를 선택한 겁니다. OB측을 만나 사죄하고 4년뒤에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제명됐을 당시 4년뒤에는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았느지 궁금한데.
강: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판단을 잘못한 제 자신은 물론이고 OB도 미웠습니다.
하:고교시절 라이벌인 김동주와 김재현이 프로에서 각광받고 있는데.
강:솔직히 부럽죠. 그러나 좋아하는 후배들이기 때문에 더 잘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왜 상무에 가지않고 계약금 2억5천만원을 받고 현대전자에 입단했는지 이해가 잘 안간다.
강:군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생각에 상무에 갈 마음도 먹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상무에 가면 2년 동안 늙으신 부모님을 뒷바라지 할 길이 막막해 효도하며 살겠다는 생각에 현대전자를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먼저 OB를 찾아가 너 심정을 말해본적 있니.
강:없습니다. 지금 찾아간다고 해서 제가 특별히 OB에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하:공격스타일은 적극적인데 성격은 소극적인 것 같아. 적극적으로 한번 나서보지 그랬어.
강:원래는 상당히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영구추방 이후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여건도 좋지 않은데다 대학 졸업후 KBO에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어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은거죠.
하:주위에서 조언해주는 사람은 없냐.
강:한양대 이종락 부장님이 많이 도와주십니다. 어렵더라도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지 말아라는 그분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KBO가 영구제명이라는 약속을 너무 잘 지키고 있어 강 혁이란 대선수가 사라져 버릴까 염려되는군. 참 작년 일본서 열린 애틀랜타 올림픽 기념야구대회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강:일본과 미국에서 스카우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상의는 없었습니다.
하:어린나이에 고통을 많이 겪었고 집안도 어려운데 빨리 결혼하는게 좋지 않을까. 여자친구는 있어.
강:초등학교 동창인 여자친구가 있는데 아직 결혼을 논할 사이는 아닙니다. 결혼은 꿈을 이룬뒤에 하겠습니다.
하:현대전자와 이면계약한 것은 있는지.
강:3년간 계약한 것이 전부입니다. 2년으로 알고 도장을 찍었는데 계약서에 3년이라 명시돼 있었습니다.
하:앞으로 막연한 입장인데 일본에 진출하고 싶은 생각은.
강:일본보다는 미국으로 가고 싶습니다. 제 스타일이 미국에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괴롭다고 느꼈을때는.
강:영구제명 됐을때 입니다. 요즘도 외롭거나 괴로우면 강해지자고 제 자신을 채찍질 합니다.
하:어렵더라도 때를 기다리며 운동만은 착실히 해라. 강 혁이라는 선수가 이대로 사라지는걸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참고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강: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정리＝임진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