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윌리포드 성질에 정인교 3점슛 '무산'
기사입력 1998년 03월 09일 15시 10분
◇…장장 5개월간의 프로농구 정규리그 대장정이 지난 8일 막을 내렸습니다.
출범 2년째의 프로농구는 올시즌을 전환점으로 국민들의 생활속에 단단히 뿌리 내린 인기 프로스포츠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97∼98시즌 정규리그 판도는 지난 시즌 7위팀인 현대의 우승과 `농구명가' 삼성의 몰락, 창단팀 LG의 2위 급부상 등의 굵직한 이슈가 골격을 이뤘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타 출신 이충희 감독을 중심으로 전선수가 똘똘 뭉쳐 창단 첫해 2위의 돌풍을 일으킨 LG 얘기가 단연 화젯거리입니다.
◇…지난 6일 LG가 정규리그 2위를 확정짓자 선수들 뿐만 아니라 구단 임직원들도 감격 어린 표정들이더군요.
특히 올시즌 개막 직전부터 "내년시즌 개막전은 우리팀이 벌일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던 LG 한상욱 운영과장은 "꿈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프로농구 개막전은 정규리그 1,2위팀이 벌이는데 "지난해 11월8일 기아와 SBS가 시즌 개막전을 갖자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는 한과장은 창단 1년만에 개막전의 주인공이 된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나래의 연고지인 원주 시민들 사이에 때아닌 `파랑새 지키기' 운동이 펼쳐졌답니다.
최근 원주의 한 지역신문에 `나래가 원주를 버리고 춘천으로 연고지를 옮기거나 경남 LG처럼 `강원 나래'로 팀명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간게 사건의 발단입니다.
이후 구단 사무실에는 진위를 파악하려는 원주 시민들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습니다.
또 PC통신 팬클럽회원들은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나래 지키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지요.
근거 없는 낭설임을 해명하느라 진땀깨나 흘렸다는 구단의 한 관계자는 "홈게임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우는 원주 시민의 뜨거운 열기를 다시 확인했다"며 뜻하지 않은 가욋일이 피곤하지만은 않다는 눈치더군요.
◇…정규리그 종료와 함께 각 구단 사령탑들의 행보도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당당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감독들이야 불안할게 없지만 하위팀 감독들은 요즘 바늘방석이지요.
그동안 감독 경질설이 꾸준히 나돌던 구단은 삼성 SBS 동양 등인데 최근 SBS는 강정수 감독을 유임시키기로 했답니다.
또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대우 최종규 감독은 유재학 코치에게 대권을 물려주기로 했다는군요.
한편 신임 감독을 물색중인 삼성 동양 등 일부 구단들은 농구계의 인물난 때문에 마땅한 사령탑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형편입니다.
◇…나래 윌리포드가 또 사고를 쳤습니다.
지난 7일 열린 SBS전 4쿼터 종료 2분전 정재근을 볼과 상관없이 등 뒤에서 거세게 밀어 2게임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것이지요.
심판들의 블랙리스트 1위에 올라 있고 평소 `욱'하는 성질이 있는 윌리포드여서 악명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날만은 조금 억울했던 것 같습니다.
SBS 수비수들이 파울까지 불사해 가며 집중마크를 펼쳐 신경이 날카로워진 판에 SBS 문필호에게 테크니컬 파울까지도 가능했던 거친 반칙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윌리포드는 자신을 마크하던 정재근이 때린 것으로 착각해 거세게 밀쳐 코트가 온통 난장판이 되는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또 윌리포드는 SBS 김재열이 던진 볼에 뒤통수를 맞았는데 이 또한 주먹으로 때린 것으로 잘못 알아 극도로 화가 치민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사건으로 윌리포드가 출전정지를 당하자 애꿎은 팀동료 정인교까지 피해를 봤습니다.
7일까지 삼성 문경은과 똑같이 157개로 3점슛 공동 선두를 달리던 정인교는 8일 기아전에서, 문경은은 같은날 동양전에서 각각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정인교는 이날 윌리포드가 벤치를 지키는 바람에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자 3점포를 마음껏 날릴 수 없어 후배 문경은에게 왕좌를 넘겨주며 2년 연속 3점슛 챔피언 등극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SK는 8일 나산전을 앞두고는 한동안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모기업 SK텔레콤이 `011' `012' 무선통신사업을 하는 관계로 당초 시즌 목표 승수를 11승 또는 12승으로 잡았습니다.
나산전을 앞두고 이미 12승을 거둔 SK는 목표대로라면 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죠.
하지만 나산에 패하면 지난 시즌 삼성의 최저승률기록（0.286）을 갱신하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결국 `불명예 탈출'을 선택한 SK는 총력전 끝에 승리해 승률 0.289（13승32패）로 최소승률의 수모를 면했습니다.
◇…지난주 문경은 김승기（이상 삼성） 조성원 이지승（이상 현대） 등 오빠부대 스타들이 대거 결혼을 발표했는데 이지승이 특이하게도 결혼일을 어린이날인 5월5일로 잡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지승은 "결혼기념일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는데 주위 동료들은 "2세를 낳으면 결혼기념일은 자연 뒷전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며 택일을 다시 하는게 어떠냐고 조언하더군요.
◇…정규리그 마지막날인 8일 잠실실내체육관서 벌어진 삼성_동양전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하프타임 도중 삼성 전창진 코치가 동양 코칭스태프를 찾아가 귀엣말로 "우리팀 문경은과 나래 정인교가 3점슛 타이틀을 놓고 경합중인데 현재 정인교가 8개를 기록했다니 문경은이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문경은의 마크맨으로는 전희철과 정재훈이 나섰는데 다른 경기에 비해 심한 마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문경은은 프로농구 신기록인 12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결국 `3점슛왕'의 뜻을 이뤘습니다.
그런데 하프타임 도중 동양 코칭스태프에게 전코치가 "정인교가 현재 3점슛 8개를 기록했다"고 한 것은 `오보'였고 사실은 5개만 기록중이었죠.
이 때문에 문경은은 정인교가 4쿼터부터 이미 경쟁을 포기하고 벤치로 물러난 것도 모르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무려 23개의 3점슛을 난사하는 해프닝을 연출했습니다.
[정리＝박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