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IMF쉼터도 전문화
기사입력 1998년 03월 09일 15시 10분
`IMF 휴게실'도 전문화 시대를 맞고 있다.
IMF 한파로 실직자가 늘자, 여기저기서 IMF 휴게실이 개설되면서 전문 분야별 휴게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광고인 모임터'와 `여행인 모임방'.
IMF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인 광고업과 여행업 출신 자들이 그들만의 쉼터를 마련,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 받고자 생겨났다.
지난 2월 중순 서울 아현동 우리시대빌딩 지하 이벤트 룸에 둥지를 튼 `광고인 모임터（02－362－5830）'는 모델 및 이벤트 에이전시인 （주）우리시대 박영준 사장（27）의 아이디어로 문을 열었다.
박사장은 "광고 일를 하던 사람들은 다른 일은 할 수 없고 결국 광고 일을 하게 된다"며 "실직한 광고인을 위해 모델과 도우미들이 이용하던 휴게실을 활용해 모임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모임터에는 책과 잡지 100여권, 비디오테이프 800여개와 오디오 시설은 물론, 착발신 공중전화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무료로 음료수도 제공해 이곳을 찾는 `전직 광고인'들이 실직의 아픔을 잠시라도 잊고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꾸며 놓았다.
돈없이 집을 나선 사람에게는 점심 한끼도 큰 일이지만 모임터에는 간단한 주방 시설이 갖춰져 있어 누구나 식사를 해먹을 수 있다.
광고인 모임터는 오픈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았지만 하루에 10∼20명씩 모이고 있다.
요즘에는 구인을 문의하는 업체도 늘어나 모임터는 직업 알선소 역할까지 하고 있다.
`여행인 모임방（02－720－3100）'은 20여년간 여행업에 종사한 KS항공여행사의 백두현 사장（47）이 진학학원 민경남사장의 도움으로 지난달 2일 청진동 진학학원빌딩 6층에 오픈했다.
이곳에도 여행 관련 자료와 비디오테이프 신문 잡지 바둑 장기에 사무를 볼 수 있는 책상과 집기를 갖추었고, 구직 관련 정보제공은 물론, 취업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백사장은 "IMF 한파 이후 여행업계에서 4천∼5천명이 직장을 잃었다. 다른 업계보다 불황의 골이 깊은 여행업계의 실직자들을 위해 여행인 모임방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백사장은 이곳을 찾은 실직자 가운데 5명을 자신의 회사에 입사 시키기도 했다.
또 전북 전주에는 여성 실직자를 위한 `쉼터'가 마련된다.
전주 YWCA는 여성 실직자들이 늘어나자, 이달 중 전주시 효자동 YWCA 건물 2층에 `IMF 쉼터'를 개설하기로 했다.
10평 가량의 이 휴식 공간에는 TV와 자판기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노래 강사를 초빙해 노래연습과 장기자랑도 펼치고 등산과 체조 등 레저 클럽도 운영할 계획이다.
[최상운 리포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