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53)키스
기사입력 1998년 03월 09일 15시 10분
프렌치키스란 삼척동자도 다 알듯 남녀가 상대방의 입 안에 혀를 밀어넣고 움직이고 더듬고 빨고 찌르고 하는 설왕설래(舌往舌來) 키스를 말한다.
그런 진한 키스를 왜 프렌치키스라고 부르게 됐을까. 두 가지 설이 있다.
첫번째는 프렌치키스가 `마레시나주'라는 프랑스 브루타뉴 방데 지방의 독특한 키스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이 지방 사람들은 `남녀가 때에 따라서는 몇시간이나 서로 상대의 입 안에서 혀를 움직여 더듬는 키스'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두번째는 영국인들이 프랑스인들을 약올리기 위해 이런 진한 키스를 프렌치키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아닌게 아니라 영국의 젠틀맨들은 프렌치키스를 `음란하다, 불결하다' 어쩌구하면서 아주 혐오했다. 영국은 17세기 말까지 `키스 규제'를 할 정도였다.
"잘 들어라, 너희들은 대영제국의 덩치 큰 사내들이 만나기만 하면 군침을 흘리면서 키스하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느냐. 우리 대영제국에서 그와같은 짓은 어림도 없다."
19세기 말 영국의 한 젠틀맨은 이렇게 비분강개하여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프렌치키스를 거부하는 영국인들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16세기 아랍의 장로였던 세이크 엔 네프자피는 `마음의 기쁨을 위한 향내나는 화원'이라는 책에서 "처녀의 타액은 만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랑의 선물"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네프자피는 "진한 키스를 즐긴 뒤 사랑을 나누면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평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설파한 것이다.
그는 `다정한 사람과 키스를 나눌 때/낙타가 오아시스에서 물을 마시듯/그 입술, 달콤한 향기에 넘쳐서/그 자극에 미칠 지경으로 마음이 흐트러지고/내 뼈속까지 스며드니'라는 키스 예찬시(禮讚詩)까지 남겨놓고 있다.
아랍인들은 이렇게 성애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키스를 중시한 것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에도 남녀가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수도 없이 나온다.
"함께 자고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되지?" "아내의 온몸에 향수를 뿌려서 정열이 발동할 때까지 키스를 계속하면 되지！"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구절이다.
고대의 중국인과 인도인들 역시 남녀가 진한 키스와 함께 타액을 주고받으면 육체의 정기를 키워준다고 믿었다. 특히 남자가 아름답고 젊은 여인의 타액을 삼키면 보약을 먹는 것 이상으로 몸에 좋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프렌치 키스를 불로장생의 비술로 여긴 것이다.
남녀 배우나 탤런트가 뜨거운 키스신을 찍으면 스포츠신문들은 앞다퉈 사진과 함께 촬영 뒷애기를 다루곤 한다.
얼마전에도 탤런트 배용준과 고소영이 최근 드라마 `맨발의 청춘'을, 장동건과 최지우가 `사랑'을 촬영하면서 키스신을 찍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특히 고소영은 본지 취재진이 촬영현장을 덮치자 "드라마에는 키스신이 나갈 수 있지만 신문에는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했다는데 결국 사진기자 앞에서 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는 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