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길위에서 찾아낸 삶의 세가지 보석
기사입력 1998년 03월 09일 15시 10분
IMF시대를 헤쳐나가느라 심신이 지쳐 있는 요즘은 무엇보다도 따뜻한 영화가 그립다. 비록 현실은 고달프지만 영화 속에서마나 꿈과 희망을 갖고 싶은 까닭이다.
14일 개봉(코아아트홀)되는 프랑스영화 `웨스턴'(Western)에서 IMF관객들은 작은 위안을 얻을 듯싶다.
`웨스턴'이란 제명에서는 얼핏 권총이나 결투 등이 떠올려지지만 영화의 내용은 평범한 사람들의 작고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 희망 등을 담고 있다.
모든 여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외모의 소유자 파코(세르지 로페즈)와 왜소하고 초라한 행색의 러시아 출신 이방인 니노(사샤 보르도)가 주인공. 자신의 차를 훔쳐 달아났던 니노를 붙잡아 실컷 두들겨 팬 파코. 너무 때려 입원하게 된 니노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찾아갔던 파코는 니노의 제안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의 목적은 프랑스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날아온 니노의 여자를 찾아주는 것. 그러나 가는 곳마다 여자들의 인기를 끄는 쪽은 파코.
파코는 하룻밤에 두 여자를 상대하지만 니노는 왜 여자들은 남자의 진정한 모습에 관심을 갖지 않느냐며 울분을 터뜨린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갈 무렵 만난 아름다운 유부녀 나탈리(마리 마데론)는 이제까지의 여자들과는 달리 순박하고 유쾌한 인생관을 지닌 니노를 사랑한다. 당황하는 파코.
니노가 나탈리의 아들 딸들과 흥겹게 러시아 민요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아무것도 없는 니노가 따뜻한 영혼으로 사랑을 얻는 모습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도 이런 이유로 `올해의 가장 따뜻한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마뉴엘 프와리 감독.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