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분단시대(5)
기사입력 1998년 03월 09일 15시 10분
바우가 먼저 몸을 날렸다.
바우는 킹에 대한 전력분석을 끝낸 상태였다.
지난번 킹과의 왕위 쟁탈전 때 고전했던 바우는 그동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재대결에 대비하고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맞붙을 운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피드에서 킹을 잡을 수 없는 만큼 철저하게 힘으로 밀어붙여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는 전략을 세워놓은 터였다.
킹이라고 해서 바우에 대해 전혀 무방비로 있을 수 없었다.
다 이긴 게임을 막판 `끝내기'에서 역전패한 만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꼼꼼히 자료를 챙겼다.
자신의 승부수는 역시 스피드밖에 없었다.
킹은 바우를 발견하자마자 달려나오면서 앞발을 뻗었다.
킹의 주먹과 바우의 몸통이 부딪쳤다.
바우의 앞가슴에 킹의 발톱이 박힌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로 치면 킹의 선공이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내용에서는 달랐다.
바우의 가슴에서는 피가 비쳤지만 킹의 앞발은 250㎏에 육박하는 바우의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겹질렸다.
첫번째 격돌에서 킹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 꼴이 됐다.
킹은 앞발을 땅에 제대로 짚지 못하고 남은 한발로 버텼다.
바우 역시 가슴에 생긴 상처로 크게 위축됐지만 킹이 앞발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자 승리를 예감했다.
바우가 또다시 몸을 날렸다.
가속도가 붙은 고깃덩어리에 발톱을 박으면 오히려 손해라는 사실을 깨달은 킹은 살짝 몸을 피했다.
수사자와의 짝짓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난데없이 혈투의 목격자가 된 수지는 얼른 몸을 피해 멀리 달아났다.
수지가 도망한 것과는 반대로 다른 수사자들이 싸움 현장에 속속 도착했다.
바우파와 킹파의 졸개들이 보스가 싸우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참전의 깃발을 날리며 달려온 것이다.
킹파의 부두목이자 킹의 고향친구 까미가 바우 앞에 섰다.
까미 역시 간이방사장 시절 바우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피해자였다.
까미는 주먹을 휘두르며 바우에 맞섰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