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삭발 파라 '머리감기 귀찮아서'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아니 웬 소림사 주지?'
지난 6일 전지훈련중인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로 날아간 삼성 전수신 사장.
선수단을 둘러보던 전사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이클 조던을 연상시키는 빡빡 머리 하나가 선수단 속에서 우뚝 빛나고 있었기 때문.
`우리팀에도 삭발 투혼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니?'
다음 순간 전사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놀랍게도 삭발의 주인공은 외국인 선수 호세 파라（26）.
태평양을 건너온 이방인 파라가 머리카락을 한올도 남기지 않고 면도칼로 빡빡 민 고무머리를 드러낸채 서 있었다.
`한국선수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외국인 선수가….'
선수 하나는 제대로 뽑았다는 흐뭇함에 젖어 전사장은 왜 머리를 밀었냐고 물었다.
하지만 파라의 대답은 전사장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냥 머리감기 귀찮아서요. 곱슬머리라서 관리하기도 성가시구요."
외국인 파라에게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느니 `삭발 투혼'이라는 개념이 있을리 없었다.
단지 도미니카 출신 특유의 곱슬머리가 거추장스러울 따름이었다.
파라가 처음 머리를 빡빡 민 것은 지난달 미야자키 훈련캠프를 시작하면서 부터.
머리가 길어 훈련에 지장을 받자 홀로 화장실 거울 앞에서 면도칼을 휘두르며 섬뜩한 삭발식을 거행했다.
처음에 동료들이 놀란 토끼눈으로 쳐다본 이유를 알게되자 오키나와에서 2차 벌초를 단행한 뒤에는 은근슬쩍 `나도 야구 좀 잘해 보려고…'로 그 의미를 확대하는 능청스러움까지 보였다.
민대머리에 검정색 선글라스가 영화배우같다는 평을 들은 파라는 "주위의 반응이 좋아 시즌중에도 지금의 헤어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라며 한국팬들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함용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