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스티컵결산] 차범근호 총체적 부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차범근 사단'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표출된 대회였다.
차범근 감독이 그토록 매스컴의 접근을 차단하면서까지 키운 실력치고 제4회 다이너스티컵에서 드러난 월드컵축구팀의 전력은 수준이하였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사방이 구멍이요, 허점 투성이다.
물론 차범근 감독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훈련주기상 팀 컨디션이 최저점에 달할 시기였고, 해외파들의 보강도 뜻대로 되지않았다.
본선에서 `한방'을 터트릴 수 있는 신인들을 찾다보니 기존선수들과 조직력을 다지는데 미진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차범근 축구'에서는 뭔가 돼가는 흔적도, 뚜렷한 색깔도 찾을 수가 없다.
작년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해 차사단이 얻은 대표적인 성과물인 `수비불안 해소'도 이번에는 원점으로 돌아간듯 보였다.
`3．1절 한－일전'서의 2골과 지난 4일 중국전서의 첫골을 모두 똑같은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잃었다는 사실은 뭔가 근본적인 치유를 요한다.
특히 중국전에서는 대인방어도 지역방어도 아닌 어정쩡한 수비형태로 연속 위기를 맞았다.
일본과는 정교한 패스워크와 두터운 미드필드에 역부족을 느껴야 했고, 중국과는 1대1 싸움이나 스피드, 기동력에서 밀렸다.
특히 장신의 중국과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강력한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벨기에 네덜란드 등과의 고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골게터의 빈곤'이다.
우려했던대로 최용수에게 편중된 득점력은 그가 묶이면서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차감독이 회심작으로 내놓은 진순진도 무력했다.
2선 공격이나 입체적인 전술구사도 없었다. 그저 도식적인 `센터링 축구'만 난무했다. 공격루트와 득점력의 다원화가 또 숙제로 남았다.
`템포축구'의 기본인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안되다보니 마무리 단계에서 어이없이 볼을 뺏기는 악습도 되풀이됐다. 당연히 체력소모로 인한 기동력저하가 뒤따랐다.
미드필드에서 게임을 제대로 푸는 선수가 없는 것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고 속공을 즐겨하면서도 상대의 속공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전력보강 요인이 많다. 황선홍 서정원 하석주 등이 컴백하면 플레이가 달라질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그들이 돌아올때 적응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도록 확실한 질서를 잡아두는 일이다. 바로 조직력과 플레이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도쿄=김동국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