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월드컵팀 이대로는 안된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어쩌다 이렇게 됐나. 이렇게 안풀릴 수도 있을까.
그나마 산뜻한 마무리를 기대했던 축구팬들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홍콩과 1대0.
후반 8분 주장 최영일이 경고 2회로 퇴장당하고 차범근 감독의 말처럼 날씨 탓도 있었다고 치자.
그래도 7일 홍콩전에서 한국이 보여준 경기내용은 축구팬들의 인내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말도 안되는 실수와 무기력한 플레이에 터져나오던 탄식은 경기종료 5분여를 남기고부턴 분노로 변했다.
"최용수－" "한국－." 갑자기 울려퍼지는 한국말 응원에 고개를 들어보니 2만여명의 `울트라 닛폰'이 일제히 발을 구르며 질러대는 소리다.
저들은 진정으로 한국을 응원했는지는 몰라도 기자에겐 비웃음으로 들렸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럴까. 어쩌다 우리가 일본의 `동정'을 받는 신세가 됐나.
혹자는 중국－일본전의 결과를 보고 안도했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일본을 2대0으로 꺾었으니 중국을 2대1로 깬 한국의 실력도 그렇게 형편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이날 중국선수들의 플레이는 너무도 호쾌했다. 날씨를 탓하기엔 말이다. 아니 중국－일본전은 한국－홍콩전과 수준 자체가 달랐다.
한국은 이날 후반 45분의 결승골, 그것도 홍콩수비의 실책이 가미되지 않았다면 비길 수 밖에 없었다.
김도훈은 헛발질만 연발했고 최용수도 후반 45분 딱 한번을 제외하고는 `독수리'의 표독함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정신 못차리는 선수들은 제쳐놓고 엉뚱하게 고종수를 교체할 때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나마 제몫을 한 것은 최성용과 홍명보 뿐이다.
90년대 중반까지 지겹도록 들어온 `골결정력 빈곤'은 또다시 고질（痼疾）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제는 정말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이대로 가도 좋은지.
`가능성있는 패배'와 `막막한 패배'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쿄=김동국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