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52)스와핑
기사입력 1998년 03월 08일 15시 16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크래쉬'가 국내개봉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녀 다섯명은 서로 상대를 바꿔가며 섹스를 하고, 쾌락을 위해 자동차 사고를 일부러 일으키는 이상성욕자들이다.
섹스상대를 바꿔가며 하는 스와핑 등을 소재로 한 때문인지 벌써부터 화제다. 영화엔 하드코어적인 섹스신도 출몰하는데 동성애 장면은 삭제돼 상영한다.
아내나 애인을 바꿔 섹스하는 스와핑은 한시절 일부 미국인들 사이에 유행하던 풍습이었다. 미국에는 스와핑을 즐기거나 동경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까지 있었다. 잡지의 이름은 `스택'. 스와핑, 그룹섹스, 혼음파티 등의 사진과 일러스트, 기사를 게재해 인기를 끌었다.
휴 헤프너도 53년 포르노잡지를 창간하면서 `플레이보이' 대신 `스택 파티'（유부남들이 젊은 아가씨들을 찾기 위한 모임. 미국속어）라고 제호를 붙이려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헤프너는 `스택'지가 이미 있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해야 했다.
미국에서 유행하던 스와핑이 엉뚱하게 현재 일본에서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미제 스와핑과 일제 스와핑은 좀 다른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주로 친구 등 아는 사람들끼리 와이프 스와핑을 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파티문화가 없기 때문인지 업소를 이용한다. 업소 입구에 `페어교환'（등가교환） `위생기구 착용' 어쩌구 하는 안내문을 붙인 곳은 스와핑 업소다.
그러나 `우리 가게는 훔쳐보기도 에티켓' 식의 안내문을 붙인 업소는 남들의 성행위를 훔쳐보기만 하는 곳이다.
스와핑 동호인 잡지도 있다. 이런 잡지들은 회원을 모집해 러브호텔 등에서 스와핑을 하도록 주선한다. 잡지들은 광고에 `스와핑하실 분 모집'이라는 말을 절대 안쓴다. 대개는 `비디오 감상회' `만남의 파티' 등의 헤드라인을 건다. 그러나 `단 커플에 한함'이라는 문구가 따라붙어 있으면 100％ 스와핑이다.
일본에서는 주로 `와이프 스왑'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마누라 바꾸기'라는 이 말에는 남성우월주의가 존재한다. 남자가 주체가 되어 여자를 바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녀평등을 기치로 내세운 `컨센서스（동의） 스와핑'도 생겨났다. 여자의 의사도 존중해주자는 스와핑이다.
도쿄에 있는 한 클럽의 경우를 보자.회원이 되려면 일정자격을 갖춰야 한다. 여성은 20∼30대, 남성은 40대 이하로 연령제한을 한다. 외모 지성 생활수준까지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이 클럽의 한 젊은 회원은 "다른 스와핑 클럽에서는 우리 부부같은 `영계'가 나이든 `노계'들에게 먹히고 이용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쾌했는데, 이 클럽에서는 등가교환이 이뤄져 기쁘다"고 고백한다.
젊은 연인들도 스와핑을 즐긴다. 애인 스와핑이다. 영화 `엠마뉴엘 부인'에는 한 노인이 등장하는데, 노인은 엠마뉴엘을 젊은 남자들에게 내돌리며 이런 명대사를 남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네 안에 들어간다！"
